한국 중소기업 기술력에 '깜짝'…독일 완성차 B사 뚫었다

'아이오닉5·5N 축전지' 만든 뉴인텍
장기수 뉴인텍 대표가 전기차용 커패시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직접 운전해봤는데 재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렇게 극찬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에는 800볼트(V) 충전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1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충전시스템용 커패시터(축전지)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뉴인텍이 양산한다. 현대차그룹의 인기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와 EV6에도 이 회사 800V 축전지가 적용되고 있다.

뉴인텍이 이 같은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아 독일 완성차 기업 B사를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장기수 뉴인텍 대표는 "품질 등 수 차례에 걸친 모든 테스트를 통과해 경쟁사들을 제치고 내로라하는 독일 완성차 업체 B사로부터 최종 공급 승인을 획득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으로 뉴인텍 커패시터는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인 ZF를 통해 독일 완성차 기업 B사가 선보일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로써 뉴인텍의 전기차 고객은 현대차그룹과 미국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독일 B사로 늘어나게 됐다. 유럽의 다른 완성차 업체 P사 개척 작업도 이르면 4분기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담는 그릇'으로 필요한 때 전기를 방출해 전자제품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다. 전기차 충전시스템에서는 모터에 800V 등 일정한 전력이 균일하게 전달될 수 있게 돕는 기능을 한다. 장 대표는 "인버터에서 '직류→교류' 변환이 일어날 때 전력 손실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손실을 보완해 균일한 전력을 유지하는 게 커패시터"라며 "전력은 곧 모터 출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시스템에서 커패시터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800V 커패시터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800V 커패시터를 원재료인 증착필름부터 직접 설계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뉴인텍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2~3곳만이 기술력을 갖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에 앞서 독일 완성차 업체가 뉴인텍을 낙점한 배경이다. 장 대표는 "현대차그룹과 일찍부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기술 초격차를 벌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뉴인텍은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북 군산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간 40만 대에서 80만 대로 확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충남 아산 공장과 합치면 생산능력이 올해 말 150만 대로 불어난다. 2024년부터 2030년까지 공급할 물량이 현재 확정된 것만 최소 2300만 대에 달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