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과 손 맞추는 잉키넨..."독일 정통 사운드 들려드릴 것"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왼쪽).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제공
이탈리아가 '오페라의 나라'라면, 독일은 '오케스트라의 나라'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독일식 오케스트라 시스템은 이미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10개가 넘는 방송국 산하 교향악단도 마찬가지다.

독일 4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도이치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다음달 한국을 방문한다. 독일 남서부 지역의 대표 악단인 이 오케스트라의 전신인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에는 정명훈이 젊은 시절(1984-1990)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43·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묵직한 독일 정통 사운드를 들려드릴 것"이라며 "웅장한 바그너와 리드미컬한 베토벤이 이번 공연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잉키넨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KBS 교향악단 음악감독(2022년 1월~)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 출신 지휘자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그너, 베토벤 등 '독일 레퍼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 남서부를 대표하는 악단답게 깊이 있는 '정통 독일 사운드'를 들려주겠다는 얘기다. 1부에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으로 웅장하게 문을 연 뒤 피아니스트 손열음(37)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2부에서는 독일이 배출한 대표 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통해 독일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잉키넨은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바그너 전문가'로 꼽힌다. 올해 바그너를 기념하는 음악 축제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지휘했다. 202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선 '발퀴레'를 지휘해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오는 11월~12월에는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에서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지휘할 예정이다.그는 "바그너 음악은 내게 매우 특별한 레퍼토리"라며 "강력한 주제와 극적인 강렬함을 가진 탄호이저 서곡은 오케스트라의 표현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은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핵심 레퍼토리다. 역동적인 리듬이 특징인 이 작품을 통해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힘 있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화려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췄다.

"극도로 기교적인 라흐마니노프 협주곡과 밝고 빛나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에서는 각각의 고유한 특징과 감정적인 깊이를 느낄 수 있어요. 관중에게는 흥미로운 음악 여정이 될 것입니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 단체사진. 사진=라보라 예술기획 제공
손열음과는 2021년에도 손을 맞췄다. 당시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열리는 심포니 콘서트에서 한 무대에 섰다. 잉키넨은 손열음을 두고 "다재다능하고, 통찰력이 있으며, 우아한 음악가"라고 평했다."손열음의 연주에는 놀라운 테크닉과 매력적인 음악 해석이 결합해 있습니다. 재능있는 피아니스트와 협업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잉키넨은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음악원에서 자카르 브론 교수를 사사했다. 2017년부터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 재임 중이며, 일본 필하모니 교향악단 수석지휘자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여러 악단을 오가며 악단 별 독특한 분위기와 음악적 특징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잉키넨은 "다른 배경을 가진 음악가들과 협력하는 건 특권"이라고 했다.

"독일에 뿌리를 둔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고전부터 현대 작품까지 정통성을 지녔어요. KBS 교향악단은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공연에 모험심을 불러일으키죠. "잉키넨은 나무가 아닌 숲을 그리는 지휘자로 통한다. 부드럽지만 명확한 지휘가 특징이다. 그 역시 "명확한 의사전달을 통한 소통"을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첼로나 더블베이스와 같은 '저음 현파트'를 잘 소화하는 오케스트라로 정평 나 있다. 여기에 관악 파트의 풍성함으로 깊이감을 더한다. 악단의 호른 수석인 샤오밍 한은 세계 톱클래스 호르니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오케스트라를 이끌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통과 단합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신뢰와 존중, 협업을 통해 지휘자와 단원간 예술적 비전을 공유할 때 좋은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