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다신 안 쳐다볼랍니다"… 2년 버틴 개미들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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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원대 찍은 주가, 2년 사이 5만원대로
외국인 14거래일 연속 '러브콜' 주목
실적 부진에 시세조종 수사 등 겹악재지만
증권가 "하반기 우려보단 기대를"

"기다리다 지쳐서 7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다신 안 쳐다보려고요." (평단 7층 주주 B씨)
카카오 주가는 코로나19 특수로 주가를 밀어올렸던 2021년 여름이 '고지'였을까. 투자자들은 2년 넘게 가파른 하락세를 버티며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가는 보수적으로 봤던 카카오에 대한 전망을 바꾸고 있다. 광고 경기의 회복세와 인공지능(AI) 사업 세부전략이 확인될 하반기 이후로 주가 반등을 점쳤다.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5분 기준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00원(0.2%) 내린 5만500원에 거래 중이다. 코로나19 시기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2021년 6월 중 17만300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는 꿈같은 시절이 됐다. 카카오 주가는 2년 넘게 계단식으로 하락해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약 71% 하락한 수치다.
수급을 보면 개인의 매도세가 특징적이다.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카카오를 1498억원어치 순매도했고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은 1409억원, 195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러브 콜'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7월 25일 하루를 제외하고 지난 10일부터 14거래일 동안 내리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이다.
카카오는 현재 안팎의 여러 악재들에 포위된 상태다. 카카오는 '팬데믹 특수'를 잃은 데다 경기 둔화로 광고 매출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2% 줄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 감소한 1244억원으로 추정된다.
내홍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카카오 노동조합은 지난 26일 경기 성남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 불안 해소와 책임 경영 등을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2018년 10월 출범한 카카오 노조의 첫 단체행동이기도 하다. 노조는 잇단 사업 실패로 적자가 누적됐는데도 경영진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과 카카오 계열사에서 고용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개선을 요구했다.
다만 구조조정은 주가에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1월 첫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꾸준히 인력 감축을 단행해 온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이런 경우다. 메타의 주가는 약 8개월 사이 237% 넘게 올랐다.2분기 실적발표를 전후해 증권사들은 당장의 눈높이는 내리면서도 중장기적인 전망은 밝게 봤다. 이달 발표된 증권사 10곳의 리포트 중 8곳이 목표가를 기존보다 하향했다. 제시된 주가는 최저 6만4000원, 최고 8만원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가 지속 성장 중인 가운데, 상반기 대비 수익배분되는 콘텐츠가 많은 미디어도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의미 있는 주가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바닥 확인을 위해선 생성 AI가 완성 단계에 이르러 투자규모가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익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AI 전략이 구체화된다면 경쟁사 대비 투자매력이 높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