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日 진출 더 쉬워진다…'연예인 비자' 대폭 완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체재일 15일 이내·라이브하우스 공연 금지에서
30일 이내·라이브하우스 허용으로 완화
신인 진출 규제도 대폭 낮춰…"한류 다변화 기대"
CJ ENM이 지난 5월12일부터 14일까지 일본 지바현의 마쿠하리 멧세에서 연 K팝 콘서트 '케이콘(KCON) 재팬 2023'에 12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 콘서트에는 그룹 에이비식스, 아이콘, 있지(ITZY), 르세라핌 등 총 22팀이 출연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전 출연자가 인사하고 있다. CJ ENM 제공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이나 신인 음악가들의 일본 진출이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8월1일부터 일본의 공연 비자 요건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외국인 가수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기 위해 받는 '흥행 비자'의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고 31일 보도했다. 새 규정에 따라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이 한 달 동안 일본 전역을 도는 투어 콘서트가 가능해지고, 아직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인 음악가도 공연을 개최하기 수월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지금까지 일본의 흥행비자를 받으려면 ▲보수가 1일 50만엔(약 450만원) 이상이면서 체재일수가 15일 이내인 경우 ▲객석이 100석 이상이면서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는 공연장인 경우 ▲일본 정부와 학교 등 공적인 이벤트에 출연하는 경우 가운데 한 가지 요건을 맞춰야 했다.

외국인 음악가들 사이에서 한 달짜리 장기 공연이나 팬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서서 공연을 감상하는 라이브 하우스의 출연이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 온 이유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출입국관리·이민인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1일 보수가 50만엔 이상인 인기 가수의 체재일수는 30일 이내로 늘어난다. 또 객석 구분이 없고 술을 판매하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외국인 음악가들이 공연을 하는 것도 허용한다.3가지 흥행비자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신인 음악가나 인디 밴드의 일본 진출도 쉬워진다. 지금까지는 3가지 흥행비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인 음악가가 일본에서 공연하려면 2년 이상의 해외 활동경력이 필요했다. 또 이들을 초청하는 공연 기획사는 13㎡ 이상의 무대를 마련해야 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나 일본에서 인지도가 낮은 음악가들의 진출을 사실상 막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앞으로는 3년 이상 외국인 음악가를 초청한 경력이 있고 보수를 미지급한 이력이 없는 공연 기획사는 해외 활동 경험과 공연장 면적에 관계 없이 해외 뮤지션을 무대에 세울 수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에서 활동하려는 한류 아이돌 등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흥행비자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만4404명으로 2021년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 공연 기획사들의 기대도 크다. CJ ENM 측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일본 활동이 좀 더 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 음악가들의 일본 공연을 주선하는 마호캐스트의 조윤상 대표는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K팝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본에서 좀 더 다양한 K팝 공연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