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과 극장에서 임영웅을 만나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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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김은정의 그때는 몰랐던 19금의 이유역시 임영웅이다. 올해 상반기, 극장 개봉 영화의 관객수 기록을 살펴보면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임영웅의 2022년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2023)이 약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한국 독립영화가 관객 1만 명을 넘기기 어려운 요즘, 25만이라는 숫자는 그의 두터운 팬층과 영향력을 실감하게 한다.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였다.
공연 현장을 그대로 촬영하거나 공연장 뒷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공연의 실황 영상에도 등급이 있다고? 그렇다. 공연 실황 영상도 극장이나 OTT 등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영상물 관람 등급을 받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공연의 입장 가능 연령과 실황 영상의 관람 등급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임영웅 콘서트의 경우, 공연장의 입장 연령은 만 7세 이상이었다. 공연 관람 등급과 해당 공연의 실황 영상의 관람 등급이 다르다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그러나 영등위 심의실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왜 그러한가. 먼저 공연물은 관람 등급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공연물 관람 등급은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며, 같은 작품이더라도 연출 차이에 따라 공연 시기와 지역별 관람 등급이 달라지기도 한다. 반면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은 영등위의 등급 분류 규정에 따른다. 공연과 실황 영상의 관람 등급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공연을 볼 때 느끼는 유해성과 그것이 편집된 실황 영상에는 차이가 있다.
최근 BTS, 마마무, 콜드플레이의 라이브 공연 실황이 영화로 제작되었다. 콘서트뿐 아니다. 영화 등급 분류 심의 목록에 종종 연극이나 오페라 실황 영상이 포함된다. 이런 공연 실황 영화는 보통 1년에 40~50여 편으로, 전체 등급 분류 영화의 약 1.5%를 차지한다. 많은 편수는 아니지만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공연 실황 영상의 중요한 특징을 ‘기록’이라고 본다면, 해당 영상 대부분이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보다 높은 관람 등급으로 결정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경험한다.
최근 다소 높은 관람 등급을 받은 영화는 뉴욕 메트 오페라 공연 실황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2022)였다. 원작인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19세기 초연 이래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여인 루치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오페라는 작품의 내용과 주요 아리아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여러 차례 공연되었으며, 공연 실황 영상도 여러 버전이 있다. 일례로 2019년 독일에서 열린 같은 공연의 실황 영상은 12세이상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2022년 미국 공연 실황은 15세이상관람가다.
2022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이 공연은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무대와 현대적 해석의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저명한 연극 연출가 사이먼 스톤(Simon Stone)이 진두지휘해 스크린과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실황 영상도 여타 연극이나 오페라 공연 실황에 비해 몰입감이 크다. 이 때문에 칼로 손바닥을 긋는 자해 장면, 얼굴과 온몸이 피범벅인 채 권총 자살하는 장면 등에서 다소 높은 수위의 폭력과 공포가 느껴진다. 이러니 좋은 공연의 실황을 아이들과 함께 볼 때도 등급 숫자는 꼭 확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