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관장 대행 "한국 실험예술 전시회에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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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벡위스 뉴욕 구겐하임 관장 대행 인터뷰미국 미술관들은 최근 몇 년간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주요 관람객에 MZ세대가 합류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작품과 예술가의 다양성, 사회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흐름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관람객들이 예술품 안에 인종차별적 요소는 없는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
구겐하임 역사상 첫 흑인 수석 큐레이터
주류 미술 전시에서 배제된 작가 발굴에 주력
1960~1970년대 한국 젊은 작가들도 주목
LG와 협업해 디지털 기술 기반 아티스트도 발굴
"유색인종 아시아 여성 작가가 구겐하임 3대 키워드"
이런 흐름에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도 적극 뛰어들었다. 현재 구겐하임을 움직이는 인물은 나오미 벡위스 수석 큐레이터다. 리처드 암스트롱 관장이 지난해 은퇴하기로 결정한 뒤 관장 대행을 맡고 있다. 2021년 6월 구겐하임의 최초 흑인 수석 큐레이터로 임명된 그를 지난달 31일 뉴욕 구겐하임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유색·여성 아티스트의 아이콘
뉴욕 구겐하임은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실리 칸딘스키 컬렉션을 포함해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천장을 중심으로 달팽이 같은 나선형으로 연결된 구조를 지닌 겉모습으로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도 꼽힌다.1937년 개관한 구겐하임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59년 완공했다. 한해 방문객만 110만명. 구겐하임 건물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2020년 벡위스 관장 대행이 수석 큐레이터로 임명됐을 당시 전 세계 미술계는 들썩였다. 그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과 여성 예술가들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으며 그간 구겐하임이 상대적으로 덜 다뤘던 한국과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예술가들을 뉴요커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벡위스 관장 대행은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와 여성 아티스트,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며 "그간 미술관들은 이들의 작품을 전시에서 누락시킨 반면 관객들은 계속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을 열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실제 2019년 전시한 스웨덴 여성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회고전은 60만명이 다녀갔다. 뉴욕 구겐하임 개관 이래 최다 관객 수다. 그의 전시도록도 미술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벡위스 관장 대행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힐마 아프 클린트를 과감하게 발굴해낸 것이 바로 구겐하임의 힘"이라고 했다.벡위스 관장 대행을 만난 이날도 구겐하임에선 현대미술의 장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설치 예술가 '게고(Gego)'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게고는 1912년 독일에서 태어나 나치의 억압을 피해 베네수엘라로 이주한 여성 작가다. 선을 기하학적인 구조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벡위스 관장 대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디아스포라'로 볼 수 있다"며 "이들의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장의 '서툴렀던 시절'에 주목
구겐하임은 현대 미술 작가뿐 아니라 거장의 작품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명 예술가들의 어린 시절 혹은 자기 작품 철학을 정립하기 전의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려는 시도다. 벡위스 관장 대행은 "모든 예술가는 거장이 되기 전 서툰 시절이 있었다"며 "험난한 여정을 거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으로 거듭났는데 관람객들도 이 시기를 궁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현재 구겐하임에선 '파리의 젊은 피카소(Young Picasso in Paris)' 전시도 열리고 있다. 1900년 가을에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파리에 도착한 피카소가 파리에서 지내면서 그렸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당시의 보헤미안의 문화를 볼 수있는 '물랭 드 라 갈레트(Moudon de la Galette)'부터 '더 다이너즈( The Diners)'까지 10점의 회화 작품 등이 걸려 있다. 피카소가 입체파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전 파리의 화려함에 다소 주눅이 든 시선마저 느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