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전세 사기' 현실 반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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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 가장 살기 좋은 아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왕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이야기를 예고했다.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 시사회 및 간담회가 31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됐다. 연출자인 엄태화 감독과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그대로 남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생존자들이 펼치는 처절한 생존기를 담았다. 평온하고 소중한 우리 가족만의 공간 아파트가 이 세상의 유일한 피난처가 된다는 독창적 설정을 통해 기존 재난 영화와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순살 아파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붕괴 사고가 이어지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설정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또한 극 중 전세 사기로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캐릭터도 등장하면서 현실을 반영했다는 반응도 나왔다.연출자인 엄태화 감독은 "현실을 반영했다기보단, 웹툰을 재밌게 봤다"며 "웹툰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아파트였는데, 이 아파트를 이 영화에 잘 담기 위해 한국의 역사, 상황을 공부하다 보니 지금의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은 김승늉 작가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이다. 엄태화 감독은 4년 전부터 '콘크리트 유토피아' 원작을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 영화를 완성했다. 엄태화 감독은 "70년대, 80년대 한국의 버블과 맞물려 아파트가 들어왔고, 빨리 발전했다"며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서 안 좋은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병헌은 "지인들에게 새로 공개하는 영화가 뭐냐고 하기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인데 세상이 무너져서 아파트 하나만 남아있는 설정으로 시작된다고 하니 대뜸 묻는 게 '어느 시공사냐'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이병헌은 극 중 황궁 아파트의 주민 대표 영탁을 연기한다. 영탁은 생존한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외부인의 철저히 막고, 수색대를 운영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구해오기도 한다.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매력으로 현실적인 캐릭터를 꼽았다. 이병헌은 "하나하나가 극단적으로 선이나 악이 아니라 상식적인 선 안에서 선과 악이 존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며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 이타심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블랙 코미디,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신선했다"며 "스릴감을 끝까지 가져가면서 블랙 코미디 색깔 보여주는 영화는 오랜만이라 개인적으로 신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극 중 부부로 등장하는 박보영, 박서준 역시 로맨스보다는 생존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보영은 극 중 명화 역을 맡아 강단 있는 눈빛과 표정으로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만의 기준을 잃지 않는 명화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표현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명화의 남편 민성 역을 연기한 박서준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을 지닌 캐릭터다.
박보영은 "박서준 씨와 부부로 등장하는데 알콩달콩한 부분을 많이 보여드리진 못해 아쉽긴 하지만,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하고 싶다. 꽁냥꽁냥한 모습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호흡을 맞추고 싶다"면서 후일을 기대했다. 박서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연출자인 엄태화 감독은 "민성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며 "그 인스타그램 보면 재난 전 두 사람이 어떻게 꽁냥꽁냥 잘 지냈는지 볼 수 있다. 영화를 볼 때도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조언했다.
서울이 모두 무너진 종말에 가까운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모순되는 제목을 정한 것에 대해 "아파트가 어떤 맥락 가졌는지 공부하다 박해천 동양대 교수님이 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읽게 됐다"며 "그 제목을 가제로 붙이게 됐는데, 콘크리트는 아파트,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데 그런 아이러니함이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종말의 상황에서 외지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대부분의 배우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입을 모았지만, 김선영은 "영화를 보기 전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였는데, 보고 나니 잘 모르겠다"며 "저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선영은 황궁 아파트 부녀회장 금애를 연기했다. 금애는 누구보다 기민하게 아파트 안팎의 상황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현실적인 판단을 내놓는 인물로 자연스럽게 권력의 가장 가까이에 자리 잡으며 생존을 꾀하는 인물이다. 김선영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금애의 적극성과 현실적인 면모를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원작 웹툰과 다른 방식으로 변주됐다. 엄태화 감독은 "웹툰에서는 처음에 아파트가 시스템이 갖춰지는 과정을 보여주진 않고, 외부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상해진 공간을 바라보는 이야기라 인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없었다"며 "그런데 저는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그 부분을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이유로 영탁의 캐릭터가 처음에는 직선적이었지만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입체적으로 변화했다"며 "그게 영화를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 호기심을 자극했다.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9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아파트 왕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현실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이야기를 예고했다.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언론 시사회 및 간담회가 31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됐다. 연출자인 엄태화 감독과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그대로 남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생존자들이 펼치는 처절한 생존기를 담았다. 평온하고 소중한 우리 가족만의 공간 아파트가 이 세상의 유일한 피난처가 된다는 독창적 설정을 통해 기존 재난 영화와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순살 아파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붕괴 사고가 이어지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설정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또한 극 중 전세 사기로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캐릭터도 등장하면서 현실을 반영했다는 반응도 나왔다.연출자인 엄태화 감독은 "현실을 반영했다기보단, 웹툰을 재밌게 봤다"며 "웹툰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아파트였는데, 이 아파트를 이 영화에 잘 담기 위해 한국의 역사, 상황을 공부하다 보니 지금의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은 김승늉 작가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이다. 엄태화 감독은 4년 전부터 '콘크리트 유토피아' 원작을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 영화를 완성했다. 엄태화 감독은 "70년대, 80년대 한국의 버블과 맞물려 아파트가 들어왔고, 빨리 발전했다"며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서 안 좋은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병헌은 "지인들에게 새로 공개하는 영화가 뭐냐고 하기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인데 세상이 무너져서 아파트 하나만 남아있는 설정으로 시작된다고 하니 대뜸 묻는 게 '어느 시공사냐'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이병헌은 극 중 황궁 아파트의 주민 대표 영탁을 연기한다. 영탁은 생존한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외부인의 철저히 막고, 수색대를 운영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구해오기도 한다.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매력으로 현실적인 캐릭터를 꼽았다. 이병헌은 "하나하나가 극단적으로 선이나 악이 아니라 상식적인 선 안에서 선과 악이 존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며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 이타심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블랙 코미디,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신선했다"며 "스릴감을 끝까지 가져가면서 블랙 코미디 색깔 보여주는 영화는 오랜만이라 개인적으로 신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극 중 부부로 등장하는 박보영, 박서준 역시 로맨스보다는 생존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보영은 극 중 명화 역을 맡아 강단 있는 눈빛과 표정으로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만의 기준을 잃지 않는 명화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표현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명화의 남편 민성 역을 연기한 박서준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을 지닌 캐릭터다.
박보영은 "박서준 씨와 부부로 등장하는데 알콩달콩한 부분을 많이 보여드리진 못해 아쉽긴 하지만,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하고 싶다. 꽁냥꽁냥한 모습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호흡을 맞추고 싶다"면서 후일을 기대했다. 박서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연출자인 엄태화 감독은 "민성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며 "그 인스타그램 보면 재난 전 두 사람이 어떻게 꽁냥꽁냥 잘 지냈는지 볼 수 있다. 영화를 볼 때도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조언했다.
서울이 모두 무너진 종말에 가까운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모순되는 제목을 정한 것에 대해 "아파트가 어떤 맥락 가졌는지 공부하다 박해천 동양대 교수님이 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읽게 됐다"며 "그 제목을 가제로 붙이게 됐는데, 콘크리트는 아파트,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데 그런 아이러니함이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종말의 상황에서 외지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대부분의 배우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입을 모았지만, 김선영은 "영화를 보기 전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였는데, 보고 나니 잘 모르겠다"며 "저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선영은 황궁 아파트 부녀회장 금애를 연기했다. 금애는 누구보다 기민하게 아파트 안팎의 상황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현실적인 판단을 내놓는 인물로 자연스럽게 권력의 가장 가까이에 자리 잡으며 생존을 꾀하는 인물이다. 김선영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금애의 적극성과 현실적인 면모를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원작 웹툰과 다른 방식으로 변주됐다. 엄태화 감독은 "웹툰에서는 처음에 아파트가 시스템이 갖춰지는 과정을 보여주진 않고, 외부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상해진 공간을 바라보는 이야기라 인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없었다"며 "그런데 저는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그 부분을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이유로 영탁의 캐릭터가 처음에는 직선적이었지만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입체적으로 변화했다"며 "그게 영화를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 호기심을 자극했다.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9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