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Z 가사로 도배된 도서관…'힙합 황제' 브루클린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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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공립도서관 제이지 '북 오브 호브' 특별 전시회7월 중순 미국 뉴욕 브루클린 공립도서관. 외벽을 감싼 대형 베일이 걷히자 벽마다 빼곡히 적힌 글자가 드러났다. 글자는 미국 힙합의 상징이자 브루클린의 황제 ‘제이지(Jay-Z·사진)’ 노래 가사다. 도서관은 제이지의 음반과 노래에 영향을 준 400권의 책으로 가득 찼다. ‘북 오브 호브(The Book of Hov)’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특별 전시회다.
건물 외벽 전체 가사 써넣고
내부엔 영감 준 책들로 채워
주 4만명 방문…"이례적 기록"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힙합을 클래식으로 만든 제이지의 전시에 하루 2500명 이상 몰리며 공립도서관 전시에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시 개막 직후 1주일간 3만9000명이 찾았고 이 가운데 5600명은 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었다. 휴가철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사람이 몰려들며 여름까지로 예정됐던 전시 기간은 올가을까지로 연장됐다.
브루클린 공립도서관 본관은 곡선형 석회암 외관의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여기에 ‘하드 노크 라이프(Hard Knock Life)’와 ‘저스티파이 마이 서그(Justify My Thug)’ 등 가사가 적혔다. 전시 제목의 호브(Hov)는 제이지가 하느님을 뜻하는 히브리어 여호와(JeHOVah)에서 따와 자신을 제이호브(J-HOV)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힙합계에서 신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제이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브루클린에서 마약상을 하다가 힙합 아티스트 최초로 빌리어네어가 됐다. ‘브루클린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어두운 과거를 밀어내고 힙합 아티스트 최초로 포브스가 인증한 1조원의 자산가로 거듭났다. 비욘세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10장의 멀티 플래티넘 앨범을 보유한 최초의 래퍼이기도 하다.브루클린 공립도서관은 역사 센터를 포함해 가장 광범위한 흑인 역사 컬렉션의 본거지다. 린다 존슨 브루클린 공립도서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흑인 청소년의 우상이자 미국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긋고 있는 그의 음악, 시, 문구와 말들을 도서관에 전시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곳을 찾는 모든 이가 자신의 미래에 크게 베팅해 보기를,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데 큰 영감을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시장은 제이지의 삶과 경력을 방대하게 엮는다. 연대순의 접근 대신 ‘호브 디드 댓(Hov Did That)’ ‘소 플라이(So Fly)’ ‘워크 오브 아트 올레디(A Work of Art already)’ 등 그의 가사와 앨범명 등을 기반으로 일곱 개 구역으로 나뉜다. 두 개 층에 그의 의상과 녹음, 미디어아트와 함께 전시됐다. 시기별 인터뷰 오디오를 들을 수 있고 그의 대부분 음악이 녹음된 베이스라인 스튜디오도 재현해놨다. 제이지의 회사 록네이션이 모든 비용을 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