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감리만 제대로 해도 붕괴사고 없다"

설계·시공 감시할 최후 보루인데
대부분 경험 적은 감리원 채용
열심히 일하면 "공기 지연" 압박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서는 유명무실한 감리제도를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사업장마다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감리야말로 설계와 시공을 감시할 최후의 보루라는 설명이다. 저비용 고효율 추구, 설계 전문가 부족 등 건설산업의 구조적 측면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허울뿐인 감리제도는 모든 부실시공 현장의 공통 원인으로 꼽혔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현장에선 건설사와 공공기관에서 은퇴한 고령 인력이 감리원으로 주로 일하고 있다”며 “이들은 고층 건물과 같이 힘든 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구조설계 등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전직 감리회사 대표는 “지금도 책임감리제도가 있지만 건설업계 풍토가 한참 잘못됐다”며 “감리 용역회사가 열심히 일하면 발주처로부터 ‘공기 지연된다’ ‘비용 많이 든다’며 교체 압박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설계업체의 근무 환경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근무 경력이 짧은 설계사들이 다량의 반복적인 설계 업무를 맡으면서 구조계산 누락, 도면 표현 누락 등 다양한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도 설계에서 부실이 시작됐지만 아무도 오류를 잡지 못했다.

노동시장 구조와 대량 공급 중심 주택시장 등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홍보위원장(건축사)은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기 위해선 인건비가 낮아야 하는데 한국은 인력 구조상 더 이상 이 요구를 맞출 수 없다”며 “대량 공급을 위해 발주처가 가격으로만 협력업체를 고용하다 보니 감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수백 명의 감리자를 둔다고 해도 1만 가구 단지의 철근 결속을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일본 등 선진국처럼 비용을 과감하게 투입해 안전을 강화하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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