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우·명품 조각투자, 증권사 앱으로 손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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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펀드처럼…이달부터 '금융상품'으로 출시이르면 8월부터 증권사 계좌나 모바일 앱을 통해 ‘조각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미술품이나 명품 등 자산을 여러 지분으로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제도권에 들어오면서 예전에 없던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각투자 증권' 발행준비 끝낸
뱅카우·테사·소투 등 5개 회사
금융당국 '허가' 신호 떨어지자
"이달 신고서 내고 곧 사업 재개"
제도권 편입되고 거래 편해져
미술품 투자시장 등 더 커질 듯
미술품·한우부터 스타트
금융감독원은 31일 조각투자 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 서식을 전면 개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조각투자 적법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민간 거래를 사실상 중단한 뒤 1년4개월여 만에 조각투자가 재개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개정을 기다려온 조각투자 업체들은 곧바로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 조각투자 업체 관계자는 “이미 기본적인 시스템은 갖춰놓고 금융당국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최대한 빨리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투자는 미술품과 한우 등을 시작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사, 소투,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등 네 곳은 미술품 조각투자를, 뱅카우는 한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금감원은 미술품 투자 업체에 대해 가품을 구분할 역량이 있는지, 한우 조각투자 업체는 전국 소 가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등을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명품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트레저러 등 다른 조각투자 업체들도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와인, 시계, 콘텐츠 등 그동안 국내에서 조각투자 거래가 없거나 적었던 시장에서도 신규 사업자가 나올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각투자 신규 사업자도 개정된 서식에 따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영업할 수 있다”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증권에 해당하는 조각투자 사업을 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를 받는다”고 말했다.
“편리하게 거래되면 시장 커질 것”
새로 시작되는 조각투자 상품은 법상 증권으로 거래된다. 투자자들은 증권사 계좌와 연결된 조각투자 모바일 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와 조각투자 업체가 제휴하면 증권사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조각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투자는 업체들이 구매한 특정 자산을 지분으로 쪼갠 뒤 다시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미술품은 100만원 단위로 쪼갠 뒤 500명의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향후 미술품 가치가 오르면 미술품을 되팔아 나온 차익을 지분만큼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다.한 조각투자 업체 대표는 “거래가 편리해지면서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고,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 다시 투자 자산으로 흘러간다”며 “거래 편의성이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각투자 거래가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서 법적인 안전성도 높아졌다. 과거엔 조각투자 업체가 투자금을 빼돌리거나 고객과 약정하지 않은 다른 곳에 투자하더라도 이를 감시·감독할 수단이 없었다. 앞으로는 조각투자 업체들도 증권과 채권을 거래하는 금융회사처럼 법적인 의무를 지고,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도 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각투자 증권은 고객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등에 대해 투자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 등을 지게 된다”며 “자산 취득 절차와 보관, 관리, 처분 절차 등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증권업계는 우선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이 존재해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다른 업종에 비해 안정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미술시장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 거래 시장과 투자 대상이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금 문제는 아직 풀지 못한 과제다. 정부는 조각투자 거래에 대해 주식 및 펀드와 비슷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지, 실물 자산과 동일한 과세 체계를 적용할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이와 관련한 법령 유권해석을 하고 있으며, 외부 용역 등을 통해 다른 국가 사례 등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