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2차전지로 돈 버는데…3년 품었던 삼전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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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 발 빼는 개미들"삼전만 믿었던 게 죄라면 죄죠. 3년을 물려 있다 정리했네요." (삼성전자 종목토론방 한 주주)
주가 부진·이차전지 열풍에 갈아타기
"반도체 장밋빛 전망도 소용없다"
동학개미운동 무색, 올들어 삼전 10조 넘게 순매도
"3년 장기투자 중인데 매도하고 이차전지 매수해야 할까요? 이제 사이클 온대서 '8만전자', '9만전자' 기다리고 있긴 한데 고민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 주주)
최근 지속된 이차전지 광풍에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주인 삼성전자를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이 와중에 이차전지 투자 열풍까지 겹치면서 매도세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도 종목 1위에 삼성전자가 올랐다.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통틀어 1위다. 이 기간 개인들은 10조5818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2위는 같은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다. 순매도 규모는 2조8704억원이다. 외국인투자자는 반대로 삼성전자(12조8709억원)와 SK하이닉스(2조1328억원) 순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POSCO홀딩스였다. 이 기간 총 9조2833억원어치 사들였다. 이어 LG화학(9867억원), 에코프로(8288억원), 엘앤에프(5419억원), SK이노베이션(5357억원) 순으로 모두 이차전지와 관련된 종목들이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동학개미운동'에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주주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인 2019년 12월 31일 기준 56만명 수준이던 삼성전자의 소액주주(개인) 수는 작년 말 기준 580만명 수준으로 3년 만에 10배 넘게 불었다. 같은 기간 주식 수는 2억1635만주(전체 발행 주식의 3.62%)에서 9억8843만주(전체 16.55%)로 늘었다.
주가 부진에 결국 돌아선 동학개미
하지만 올해 들어 개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오랜 부진을 끝내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도 주가 흐름이 예상보다 더디게 상승한 탓이다. 특히 이차전지 업종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에 '나만 돈 벌 기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이른바 이차전지 포모(FOMO·) 증후군이 확산하면서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올 1월 초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대감에 26%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이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는 1072%, 에코프로비엠은 355% 급등했다. POSCO홀딩스(132%), 포스코퓨처엠(193%), 포스코인터내셔널(299%) 등 또다른 이차전지 관련주인 포스코그룹주도 크게 뛰었다.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법인도 이차전지주로 관심을 돌리는 모양새다. 코스닥 상장사 베뉴지는 최근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이차전지 종목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뉴지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 26일 삼성전자 주식 36만9992주를 약 258억원에 처분한 뒤 곧바로 포스코퓨처엠(1만3857주), POSCO홀딩스(1만2280주), 포스코인터내셔널(2만4500주), 에코프로비엠(1만4805주) 등을 대거 사들였다. 베뉴지는 이번 매매에 대해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유동성 확보로 신규투자해 수익성 창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영업익 전분기 대비 347% 증가 전망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밝다. 최근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공격적인 신규 투자 확대와 감산 의지에 힘입어 올 3분기 D램 부문의 흑자전환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단 게 증권가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AI 관련 고부가가치 D램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D램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분석도 있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보고서를 내놓은 국내 20개 주요 증권사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매출 67조4240억원, 영업이익 2조9891억원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19%, 72.46% 감소하겠지만, 전분기 대비론 매출은 12.4%, 영업이익은 347.1%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AI 관련 수혜는 크지 않은 수준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폭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HBM2가 아직은 메인이고, DDR5의 비중도 아직 서버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중반 정도이지만, 연말이 되면 DDR5의 비중이 40% 중반까지는 개선될 전망이고, 이로 인해 평균판매가격(ASP), 수익성 모두 상반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