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갖고 장난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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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판 츠베덴이란 이름 들어보셨는지. 연주도 잘하고, 지휘도 잘하는, 이 바닥에서 손꼽히는 음악가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에서 17년 동안 악장으로 일한 특급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미국 최고 오케스트라인 뉴욕필 하모닉을 5년간 이끈 실력파 지휘자여서다. 평범했던 홍콩필하모닉을 '올해의 오케스트라'(2019년 그라모폰 어워드)로 올려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이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온다니,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붕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보름전 열린 츠베덴의 공식 '한국 데뷔전'은 그의 진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스위치를 번갈아 누르듯 소리의 강약과 표현의 완급을 순식간에 바꾸는 츠베덴의 지휘에 청중들은 마음을 내줬다. "정명훈 이후 주춤했던 서울시향이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갖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서울시향 바꾼 츠베덴의 마법
대체 츠베덴은 서울시향에 어떤 마술을 부렸던걸까. 홍보실에 물었더니, "올 1월 기자간담회 기사를 읽어보라"는 답을 들려줬다. 이런 글이었다.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무대에서 90%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110%의 훈련이 필요하다.” 강도 높은 연습이 서울시향을 바꿔놨다는 얘기다. 그러고보니 그의 별명은 '오케스트라 조련사'다.
임헌정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칠순의 노(老) 지휘자는 지난 5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의 연주회 직전 이렇게 말했다. "영혼을 살찌운다는 점에서 예술도 음식이다. 먹는걸로 장난하면 안된다. 나는 ‘완벽한 연주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음악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절대 봐줄 수 없다.” 임헌정은 그렇게 한경아르떼필과 열 두차례 연습을 했다. 통상적인 연습량의 3배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합을 많이 맞춘 티가 났다. 이런게 (관객에 대한) 성의라고 생각한다. 이름값은 있지만 무성의했던 OO악단 연주보다 훨씬 좋았다."는 글이 온라인 클래식 카페에 여럿 올라온 걸 보면.
눈 밝고, 귀 뚫린 관객들에겐 이런 것도 다 들리는 모양이다. 츠베덴과 임헌정이 '이 정도면 됐다' 싶어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건 '철저한 준비'야말로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터다.
'엉터리 예술' 발 못붙이게 해야 양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가 작년 10월 '합스부르크 600년전'을 준비하면서 1년 넘게 유럽 역사를 공부하고, 작품 한 점을 확인하기 위해 왕복 10시간 기차를 탄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의 노력 덕분에 33만여명이 서울에서 실감나는 중세 유럽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봄, 리움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둥그런 백자에 새겨진 그림을 디지털로 쫙 펼쳐볼 수 있었던 건 백자 뒷면의 그림을 관람객들이 못 보는 게 안타까웠던 학예사들의 고민이 낳은 선물이었다.
예술인이라면, 문화예술 종사자라면 마땅히 이런 사명감을 가져야 할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습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많은 음악가들이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해외 유명 작가 전시라고 홍보해 놓고선 프린트물과 영상물만 내건 '돈벌이 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열리고 있다.
'관객에 대한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이런 공연·전시에 대해선 관객이 응징해야 한다. 엉터리 예술이 발을 붙일 땅을 없애야 진짜 예술이 꽃을 피을 수 있을테니.
이런 사람이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온다니,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붕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보름전 열린 츠베덴의 공식 '한국 데뷔전'은 그의 진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스위치를 번갈아 누르듯 소리의 강약과 표현의 완급을 순식간에 바꾸는 츠베덴의 지휘에 청중들은 마음을 내줬다. "정명훈 이후 주춤했던 서울시향이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갖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서울시향 바꾼 츠베덴의 마법
대체 츠베덴은 서울시향에 어떤 마술을 부렸던걸까. 홍보실에 물었더니, "올 1월 기자간담회 기사를 읽어보라"는 답을 들려줬다. 이런 글이었다.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무대에서 90%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110%의 훈련이 필요하다.” 강도 높은 연습이 서울시향을 바꿔놨다는 얘기다. 그러고보니 그의 별명은 '오케스트라 조련사'다.
임헌정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칠순의 노(老) 지휘자는 지난 5월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의 연주회 직전 이렇게 말했다. "영혼을 살찌운다는 점에서 예술도 음식이다. 먹는걸로 장난하면 안된다. 나는 ‘완벽한 연주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음악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절대 봐줄 수 없다.” 임헌정은 그렇게 한경아르떼필과 열 두차례 연습을 했다. 통상적인 연습량의 3배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합을 많이 맞춘 티가 났다. 이런게 (관객에 대한) 성의라고 생각한다. 이름값은 있지만 무성의했던 OO악단 연주보다 훨씬 좋았다."는 글이 온라인 클래식 카페에 여럿 올라온 걸 보면.
눈 밝고, 귀 뚫린 관객들에겐 이런 것도 다 들리는 모양이다. 츠베덴과 임헌정이 '이 정도면 됐다' 싶어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건 '철저한 준비'야말로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터다.
'엉터리 예술' 발 못붙이게 해야 양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가 작년 10월 '합스부르크 600년전'을 준비하면서 1년 넘게 유럽 역사를 공부하고, 작품 한 점을 확인하기 위해 왕복 10시간 기차를 탄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의 노력 덕분에 33만여명이 서울에서 실감나는 중세 유럽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봄, 리움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둥그런 백자에 새겨진 그림을 디지털로 쫙 펼쳐볼 수 있었던 건 백자 뒷면의 그림을 관람객들이 못 보는 게 안타까웠던 학예사들의 고민이 낳은 선물이었다.
예술인이라면, 문화예술 종사자라면 마땅히 이런 사명감을 가져야 할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습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많은 음악가들이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해외 유명 작가 전시라고 홍보해 놓고선 프린트물과 영상물만 내건 '돈벌이 전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열리고 있다.
'관객에 대한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이런 공연·전시에 대해선 관객이 응징해야 한다. 엉터리 예술이 발을 붙일 땅을 없애야 진짜 예술이 꽃을 피을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