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재적 아동학대범?"…주호민 사건에 씁쓸한 교사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
"녹음기 넣는 경우, 흔치 않지만 없는 상황 아냐"
"부모 심정 충분히 이해…특수교사 입장선 씁쓸"
주호민 / 사진=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42) 측이 자폐 스펙트럼 아들과 특수교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을 두고 특수교사 측이 씁쓸함을 드러냈다.

23년 차 교사인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주호민 측이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기 전에 특수교사와 먼저 상담하고, 어떤 수업이 이뤄지는지 얘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장 위원장은 "학부모가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없는 상황도 아니다. 일반 교사들이 더 충격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특수교사들은 학부모들이 의사소통 힘든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몰라서 답답하다고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경우를 가끔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로서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특수교사 입장에서는 24시간 내 모든 직업 활동과 교육 활동, 일거수일투족이 녹음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내가 잠재적 아동학대범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장 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장애 학생에 대한 차별이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수교사들은 장애의 다양성을 이해하지만, 아직 사회는 그렇지 않다"며 "장애 학생에 대해 편견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 장애 학생이 문제 학생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앞서 지난해 9월 주호민 측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 A군을 가르치던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주 씨의 아들은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다가 한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됐고, B씨는 A군에게 '교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A군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던 주호민 측은 "B씨가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고소해 지난해 12월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다. B씨는 지난 1월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주 씨는 지난달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며 "B씨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밝혔다.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둔 것에 대해선 "아이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특수학급에는 장애 아동만 수업을 받기 때문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어 확인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법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전날 "B씨를 복직시키기로 했다. 검찰청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되면 선생님들은 큰 상처를,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앞으로 교육청은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기 전까지는 선생님들에 대한 무분별한 직위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한편 B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열린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