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동포 전세사기 피해자들 "지원책 미비…방 1칸 간절"

전세사기 피해자 중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이 현실적인 지원책이 미비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1일 재외동포청이 있는 인천 부영송도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과 재외동포 등은 전세사기 피해자임에도 우리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외동포청 등 관련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세사기를 당한 중국 국적 재외동포 고홍남(42)씨와 그의 아내, 어머니 등 가족들도 나왔다.

고씨는 전세사기를 당한 뒤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낙찰까지 돼 곧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고씨는 "낙찰자로부터 이번 주까지 집을 비우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이삿짐을 싸고는 있는데 갈 곳이 없다"며 "당장 온 가족이 거주할 곳이 없어 도움을 요청했는데 관련 기관들은 하나같이 국민이 아니라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다른 식구들은 각자 고시원이라도 들어가 산다고 해도 저의 딸은 이제 고작 8살"이라며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전세사기 결론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가족이 버틸 수 있는 방 1칸을 얻을 수 있게 해달란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전세사기 피해 인정을 받더라도 기금으로 조성되는 대출이나 주거 지원 등에선 제외된다.

긴급 주거 지원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임대주택 공급 등의 혜택이 규정상 우리 국민으로 대상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재외동포청장과 인천시장, 국토부장관께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곡히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재외동포청 관계자와도 면담을 요청하고 구제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지구촌동포연대(KIN)도 성명을 내고 "외국인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신청접수가 돼야 확인할 수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긴급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들이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선 지난달 27일 기준 54명의 외국인과 재외동포가 전세사기 피해를 봐 피해자 인정 신청 절차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