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 속 불타는 아스팔트에 선 가로수 전정 작업자들 '헉헉'

안전모·긴팔·긴바지·목도리까지 땀 '줄줄'…식염·포도당 섭취하며 일
가지치기·기계톱 윙윙 자칫하면 사고…"태풍 오기 전에 작업 끝내야 해"
"보호 장비에 작업복까지 껴입어야 하니 정말 덥습니다. "
1일 낮 12시 40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은아아파트 뒤편 도로에서 약 3㎏ 무게의 기계톱을 들고 가로수 가지치기에 열중하던 조경업체 대표 정래근(57) 씨는 이같이 말했다.

정씨 업체는 이 아파트 뒤편 약 500m 구간에 있는 목백합 가로수 83그루를 '전정'하기로 성산구청과 계약했다.

전정은 나뭇가지나 줄기 및 잎 일부를 잘라내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가로수 전정 작업은 태풍이 오기 전에 끝마쳐야 한다.

가지와 잎사귀가 많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 자칫 무게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라도 이들이 지금 해당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창원시 성산구 일대 낮 최고기온은 35도에 육박했다.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쓰고 긴팔·긴바지에 목도리까지 둘러야 해 체감온도는 더욱 뜨거웠다.

정씨는 "햇볕이 강렬한 데다 잘라낸 나무 부스러기도 튀어 살갗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작업자 중 일부는 가지치기 후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나뭇잎 등을 한곳으로 모으는 약 11㎏ 무게의 블로어(송풍기)까지 몸에 두르고 일을 했다.
반소매에 반바지만 입어도 더운 날씨에 작업자들은 그야말로 '기인'처럼 일하는 것이다.

전정 작업은 고소작업차(스카이차)를 탄 작업자 두 명이 약 12m 높이에서 기계톱으로 가지와 잎사귀를 자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나머지 인원들이 잘린 가지와 떨어진 잎을 도로 한쪽으로 모으고 폐기물 처리차가 이를 수거해가는 간단한 과정이다.

하지만 작업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가지를 치는 작업자들은 높은 위치에서 톱을 만지다 보니 조금만 방심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밑에 있는 인원들은 떨어진 나무 파편에 맞을 수 있어 늘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더위까지 겹치니 작업자들은 알약 형태로 된 식염 포도당을 섭취해가며 일했다.

나무 한 그루 작업을 끝낸 작업자 몸에선 금세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신모(56) 씨는 "어제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며 "날씨가 더워서 더 힘들다"고 말했다.

내일은 작업 시작 시각마저 늦춰야 해 더 걱정이다.

이날은 비교적 선선한 오전 5시 30분께부터 시작했지만 "시끄럽다"는 주민 민원 탓에 내일은 오전 7시부터 작업해야 한다.

내일도 낮 최고기온이 35도로 예고돼 있어 그만큼 더운 시간에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이날 작업자들은 오후 1시까지 약 7시간 동안 26그루를 작업했다. 나머지 57그루는 폭염이 지속되는 오는 3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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