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동치는 2차전지株…투자도 팬덤에 좌우되는 한국 증시

‘코스닥 황제주’인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 주가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는, 그것도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가 이처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건 이례적이다.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사 분석 리포트는 지난 5월 19일 이후 종적을 감췄다. 분석의 영역을 벗어난 비이성적인 급등에 전망 자체를 포기해서다. 시장의 가격 기능이 실종됐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런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의 중심에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있다. 그는 책과 유튜브를 통해 관련주를 추천하며 올해 개인투자자의 ‘2차전지 열풍’을 이끌었다. 그가 추천한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 1072%, 포스코홀딩스는 124% 올랐다.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0배로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87배)의 10배다.그는 여의도 증권가와 날을 세워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자 유튜브 등을 통해 “리튬 가격 분석과 기업가치 측정이 잘못됐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여의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롱쇼트펀드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조리돌림’ 수준의 비난과 함께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개미군단 교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처럼 투자가 팬덤에 좌우되는 현상은 취약한 한국 증시의 한 단면이다. 여기엔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와 매수 리포트를 남발하며 종종 선행매매 의혹을 일으키는 제도권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깔려 있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집을 팔아 2차전지주를 사라”는 등 무책임하게 투자를 선동하고, “여의도는 개인투자자를 총알받이로 쓰려 한다”며 증권가를 근거 없이 흑화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 몫으로 돌아간다.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언제나 개미들의 눈물과 한숨만 남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