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도 아닌데 '바글바글'…폭염에 인기 폭발한 곳

찜통더위에 '몰캉스족' 몰린다
36도 넘는 날 방문객 30% 늘어
쇼핑몰 '바캉스 테마' 고객몰이
스타필드 고양점의 배민B마트 팝업스토어. 사진=신세계프라퍼트 제공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라 폭염경보가 내렸던 지난달 29일. 주말 오후 스타필드 고양점 1층 센트럴 아트리움은 커다란 볼 풀장으로 변했다. 스타필드가 휴가철을 맞아 '스타필드로 떠나는 여름 여행'을 주제로 이색 콘텐츠를 준비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B마트'와 피서지를 콘셉트로 한 체험형 행사를 열었다. 2.6m 높이 대형 슬라이드를 타고 공 30만개로 채운 볼 풀장에서 30분 간 놀이를 할 수 있는데,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 고객이 몰리면서 2~3시간씩 기다려야 겨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전국 곳곳이 펄펄 끓었던 이날 더위를 가장 반긴 곳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이었다. 최악의 폭염에도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바깥 날씨가 덥거나 비가 많이 내리는 등 야외 활동이 어려워질수록 대형 실내공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원한 백화점과 쇼핑몰로 몰리면서 유통업체 매출은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빵빵이의 생일파티' 팝업스토어.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도 거대한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기 유튜브 캐릭터 '빵빵이의 생일파티' 팝업에 방문하려고 1만명 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 오픈하자마자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대기를 더 못받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폴드5를 체험할 수 있는 '플립사이드 마켓' 등도 진행하면서 주말 방문객 수는 전주 대비 30%나 늘었다.

지난달 초부터 역대 가장 더운 날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는 올해 서둘러 여름 채비에 나섰다. '실내 피서' '바캉스' '여름 축제' 등 테마를 내걸고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에 시동을 걸었다.홈플러스 몰은 이달부터 입점 브랜드와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연계한 체험 강좌를 연다. 특히 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타깃으로 수영장, 롤러스케이트장, 클라이밍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족 단위 고객을 잡는다는 구상이다.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점도 하남점에 베트남, 태국, 괌, 일본 등 세계 각지 시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야놀자 홀리데이마켓’을 만들어 다양한 굿즈 판매와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롯데백화점이 주요 점포에서 인기 맛집 팝업과 곤충 박물관 등 이색 행사를, 현대백화점이 디즈니 테마 행사 '서머 판타지'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하남에 사는 고모씨(36)는 이번 여름 내내 주말마다 인근에 있는 스타필드를 방문했다. 딱히 목적 없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을 때가 많다는 고씨는 “쇼핑하기 좋고 실내 공간이 넓어 아이들,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며 “한여름 집에서 에어컨을 켜기 부담스러워 차로 10~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이 곳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리고 있는 ‘홀리데이마켓’을 방문한 고객들. 사진=신세계프라퍼티 제공
고씨처럼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몰리면서 유통업체들 방문객 수와 매출은 두 자릿수 상승세다. 지난 주말(29~30일)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의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15% 증가했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이 늘면서 이 기간 키즈 상품군 매출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에서 모두 20%씩 신장했다.

더위를 피해 백화점와 아웃렛을 찾은 손님들이 끼니를 내부에서 해결하다 보니 식음료(F&B)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의 지난 주말 F&B 매출 역시 각각 10%, 15%씩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지난 주말 고객들이 붐비면서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F&B 매출은 10.9% 증가했다. 아이파크몰용산점과 고척점도 지난 주말 이틀간 방문객 수가 전주 대비 11% 늘었다. F&B 매출 상승률 역시 8~9%로 높게 나타났다.유통업체들은 표정 관리에 여념이 없다. 한 대형쇼핑몰 관계자는 "미세먼지, 무더위, 강추위 등 견디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면 소비자들이 실내 쇼핑몰을 더 많이 찾는다"며 "매출이 늘고 고객들이 몰려 직원들이 현장 지원을 나갈 정도다. '폭염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