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 잊을 만큼 뜨거운'…1천220도 구릿물 흐르는 제련소 현장

LS MnM 국내 유일 동 제련소 용광로 지키는 산업역군 "자부심 갖고 일한다"
작업 인원보다 많은 에어컨 700여대 가동, 아이스크림 상시 비치 등 혹서기 대비
"요즘 같은 더위에서는 아무래도 가을, 겨울보다 힘들긴 하죠."
쇳물이 부글거리는 몰드에 자기 키만 한 작대기를 들고 이물질을 걷어내던 작업자 박모(52)씨 얼굴과 목덜미에는 온통 땀이 범벅이었다. 울산에 8일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1일 오후 3시 즈음.
국내 유일의 동 제련소가 있는 LS MnM 온산제련소 제련1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눈과 손은 바삐 움직였다.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육박하는 날씨지만, 섭씨 1천220도에 달하는 구릿물이 흐르는 제련소 현장은 오히려 날씨를 잊을 만큼 뜨거웠다.

용광로에서 불길을 내뿜던 구릿물이 몰드로 쏟아지자, 박씨는 안전 헬멧과 장갑, 은색 방열복, 장화를 착용한 채 몰드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수시로 구릿물에 뜬 이물질을 확인하고 걷어내기를 반복했다.

휴식을 위해 겨우 방열복과 헬멧을 벗은 박씨의 이마와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박씨는 "방열복을 입어도 열기가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에 1천도가 넘는 쇳물 앞에서 작업하려면 꽤 덥다.

그래도 겨울엔 따스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리판을 들어낸 몰드에 이형제를 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불길을 내뿜던 구릿물이 공정을 거쳐 구리판이 되면, 판을 들어내고 다시 구릿물을 붓기 전 구릿물이 몰드에 들러붙지 않게 하기 위해 표면에 이형제를 부어야 한다.

안전모와 장갑, 토시를 착용하고 몰드에 이형제를 붓던 작업자 김모(51)씨 인중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이물질 제거 작업처럼 방열복이 필수인 작업은 아니지만, 섭씨 100도에 이르는 몰드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김씨의 뒤편에서 틀어진 선풍기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열기가 김씨 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 용도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28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씨.
그는 "이 일을 하려고 내가 여기 있는 건데 별로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세계적 수준의 동 제련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작업 후 더위를 피해 공정 운전실로 들어온 박씨와 김씨는 찬물을 연신 들이켰다.

울산시는 지난 25일부터 8일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LS MnM은 혹서기 근로자들 건강을 위해 휴게실을 추가 설치하고, 아이스크림을 상시 비치하기로 했다. 에어컨을 작업 인원보다 많은 약 700대를 가동하고, 사내식당에서 보양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