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서울 사당역 '경기버스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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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고작 100여명 이용하는데경기도가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에 조성한 ‘경기버스라운지’(사진)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하루평균 100명가량이 이용하는 데 반해 예산은 매달 수천만원이 투입되고 있어서다.
예산은 월 3000만원 이상 투입
이용객 "3층까지 올라가느니
정류장서 대기하는게 낫다"
1일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사당역 4번 출구 앞에 있는 경기버스라운지를 이용한 사람은 2만786명으로 하루평균 102명 수준이다. 사당역이 광역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경기 남부지역 주민의 환승 거점임을 고려하면 초라한 실적이란 평가다. 사당역은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고, 인근 네 개 정류장에서 경기 남부를 오가는 32개 노선의 버스가 지나는 곳이다.
경기도는 이 공간 운영을 위해 임차료 660만원과 시설관리자의 인건비·홍보비·전기료 등으로 월 3000만원가량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평균 이용객의 광역버스 기준 월 교통비 총액(약 1400만원)을 훨씬 웃도는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이 라운지는 경기도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의자나 화장실 등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을 반영해 설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지사를 지내던 2020년 10월 약 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라운지에는 48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냉난방 시설, 휴대폰 충전기, 신발 건조기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사당역을 오가는 경기도민 대다수는 정작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를 타려면 긴 줄을 서야 해서다. 사당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수원행 7770번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씨(59)는 “라운지가 있는 건물 3층까지 올라갈 체력이 있다면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경기도는 운영 방식을 개선해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홍순학 경기도 공공버스과장은 “시설 관리 직원을 줄여 공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홍보 방안도 새롭게 강구하고 있다”며 “이용자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