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원·달러 환율 130일만에 최대 폭 상승 [강진규의 외환·금융 워치]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일만에 최대 폭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약세를 나타냈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위험자산인 원화가 달러보다 더 약세로 전환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4원70전 오른 1298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일보다 3원70전 오른 1287원50전에 개장한 후 장중 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상승폭인 14원70전은 하루새 16원이 오른 지난 3월24일 이후 130일만에 가장 큰 것이다. 당시 환율은 1278원30전에서 1294원30전으로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날인 3월23일 29원40전 하락했다가 이튿날 낙폭을 절반가량 회복한 것이었다.지난 1일 이후 이틀간 상승폭은 23원90전에 달했다. 이는 이틀간 상승폭을 기준으로 3월 7~8일 24원50전 상승 이후 최대다.

이날 환율 급등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피치는 이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그러면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 대체로 약세로 전환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은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 원화는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심한 약세가 나타나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파악된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그 영향으로 원·엔 환율도 크게 올랐다.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9원22전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같은시간 기준가(900원12전)에서 9.1원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