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북송 사건 또 각하한 인권위, 간판이 아깝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을 또 각하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6월 26일 송두환 위원장 등 위원 10명이 참석해 전원위원회를 열고 강제 북송 진정 사건을 논의한 결과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각하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위원들이 각하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앞서 2020년 11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강제 북송이 인권 침해라며 낸 진정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며 각하한 바 있다.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밝혀야 할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이 보통 보름 이상 걸리는 정부합동조사를 개시 사흘 만에 서둘러 끝내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부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친서 송부 등 다각적으로 애쓰던 시점이었다. 탈북 어민들이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는데도 문 정부는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거짓말까지 하고 포승줄로 묶은 뒤 판문점 군사분계선으로 끌고 가 저항하는 이들을 북한으로 넘겼다. 자유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으로, 반인권적 작태다. 인권위는 각하 이유에 대해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있거나 종결된 경우라면 (진정을) 각하한다’는 인권위법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법원과 달리 인권 침해 여부 판단은 인권위의 고유 업무다. 이미 한변의 행정소송에 대해 1·2심 재판부가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음에도 인권위가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또 각하한 것은 강제 북송 적절성 조사에 대해 애초부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인권위는 지난 정부 이후 세계 최악인 북한 인권에 대해선 눈 감아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권위의 북한 인권 업무는 대폭 축소됐고, 예산도 줄었다. 심지어 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의 요구를 유엔의 요구로 둔갑시켜 북한인권법 폐지를 과제에 포함하기까지 했다. 북한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인권위의 대오각성과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