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탈퇴 막은 전공노 위원장 사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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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시정명령 불이행' 산별노조 입건산하 노동조합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단 탈퇴를 금지한 산별노조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사법조치에 들어갔다.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를 가로막는 독소 조항을 철폐하라는 정부 시정명령을 노조가 거부하고 있어서다.
'탈퇴 공약 땐 입후보 자격 상실'
전공노 선거관리규정에 명시돼
서울지노위 "위법" 시정 요구에
조항 철폐 거부…사법처리 나서
금속노조 등 3곳도 조만간 입건
2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은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노조법 위반 혐의로 최근 입건했다. 고용부는 특별사법경찰권을 행사해 수사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수 있다.고용부는 지난 2월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공노, 화섬식품노조 등 집단 탈퇴 금지를 규약에 명시한 산별노조를 대상으로 이 조항 철폐를 요구하는 시정명령을 추진해왔다. 고용부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하면 지노위가 의결하는 방식이다.
서울지노위는 고용부가 요청한 전공노에 대한 시정명령을 4월 의결했다. 전공노가 2021년 9월 신설한 선거관리규정을 철폐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 규정은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선출직 입후보자가 ‘민주노총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면 후보 자격을 상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전공노 선거관리규정은 노조의 기본적 운영원리인 민주성 원칙에 반하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전공노가 산별노조의 특수성과 노조의 자주성을 내세우자 “노조가 자주적 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조합민주주의의 취지와 정신을 훼손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최근 노동현장에서는 민노총을 탈퇴하려는 노조가 줄을 잇고 있다. 민노총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등 정치 투쟁에 골몰하는 데 염증을 느낀 20·30대 조합원을 중심으로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한 포스코지회에 이어 올해 5월엔 롯데케미칼 대산지회가 화섬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전공노도 2021년 8월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민노총 및 전공노 탈퇴를 의결하자 문제가 된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했다.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28일 전공노 상벌규정에 대한 시정명령도 의결했다. 상벌규정 제10조의 2는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는 자’에 대해선 징계 절차 중에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 규정에 대해 “상급단체 탈퇴를 추진하는 지회·지부장의 권한을 정지시킴으로써 총회 의결을 방해해 조합 탈퇴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전공노는 민노총 탈퇴를 추진한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임원의 권한을 정지하고 제명 처리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전공노는 서울지노위가 시정명령을 의결한 4월 이후 시정 기한인 2개월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이 조항을 철폐하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지노위에서 시정명령이 의결된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화섬노조 등도 시정 기한이 지났지만 아직 규약을 바꾸지 않아 고용부가 조만간 입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노는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토론회에서 “몇 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해왔던 것이 왜 이 정권에서만 문제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노사법치주의에 따라 불법·부당한 관행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법을 지키는데 노조라고 법에 예외를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