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을 부르는 여인 '카르멘',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매력적인 팜므파탈의 대명사, 아름답지만 위험한 집시 여인과의 사랑을 다룬 오페라 '카르멘'이 국내 연극계 스타 연출가 고선웅(사진)의 손을 거쳐 정통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세종문화회관은 고선웅 단장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이 올해 하반기 첫 작품으로 '카르멘'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조르주 비제가 만든 오페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카르멘'은 인간의 사랑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고전이다. 집시 여인 카르멘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촉망받는 군인이었던 돈 호세가 파멸에 이르고 마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돈 호세는 카르멘을 사랑하는 마음에 질투심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상관에게 하극상을 저지르고, 군인 신분을 박탈당하고 만다. 자신의 직업과 약혼녀, 어머니 등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카르멘을 사랑했지만 그녀로부터 배신당한 돈 호세는 분노에 차 카르멘을 칼로 찔러 죽여버린다.

이번 연극에선 카르멘을 주체적인 인간으로 재해석한다. 기존 작품이 주로 카르멘의 남성편력에 집중하거나 육감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그쳤다면, 이번엔 그녀를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적인 인간으로 그린다. 카르멘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새장 속에 가두려는 돈 호세가 보이는 광기와 집착, 두 남녀의 충돌을 통해 사랑과 삶의 의미를 되짚을 예정이다.

대사가 시(詩)로 이뤄진 시극 형식으로 각색할 예정이다. 고 단장은 "소설 원작의 줄거리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오페라에서 느낄 수 있는 미학을 지키려고 했다"며 "원작보다 더 격렬하고 격정적으로 각색해 노래로 표현하지 않아도 에너지가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르멘은 연극 '진짜나쁜소녀',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인 배우 서지우가 맡을 예정이다. 연극 '리차드3세', '햄릿' 등에 출연한 김병희가 돈 호세 역에 캐스팅됐다. 그밖에 서울시극단 단원 등이 감초연기로 입체감을 더할 예정이다.

공연은 다음달 8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