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찾은 교황 "성학대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종합)

세계청년대회 열리는 리스본 방문…성학대 피해자들 만날 듯
"유럽, 우크라 전쟁 종식 위해 평화 조정자로 역할 해야"
포르투갈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가톨릭교회 내 성학대 피해자의 고뇌에 찬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이날 수도 리스본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열린 저녁 미사에서 성추문으로 망가진 교회가 실망과 분노를 일으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르투갈 등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진 성추문들은 "우리에게 겸손하게 계속 정화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 시작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 닷새간 포르투갈에 머물며 성모 마리아 발현지인 파티마 등지를 방문할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성직자 등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피해자들도 개인적으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에서는 1950∼2020년 사이 미성년자일 때 주교 등 성직자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신고한 사례가 최소 4천815명에 달하며, 교회 측이 이를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가 지난 2월 나왔다.

조사 보고서가 나왔을 때 포르투갈 주교들은 성 학대 의혹이 제기된 현직 성직자의 정직을 망설였고, 배상금을 법원 판결이 난 경우에만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비난이 일자 번복했다.

포르투갈 가톨릭교회는 지난 3월 세계청년대회에 맞춰 성 학대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기림비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해당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맞서 피해자 지지단체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일정에 맞춰 리스본에 "포르투갈에서 4천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교회에 학대당했다"고 써놓은 광고를 게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에 앞서 포르투갈 정부 관계자들과 각국 대사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면서 유럽이 러시아의 침공이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평화 조정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유럽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 세계평화의 길을 보여줘야 한다"며"갈등을 해결하고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데 엄청난 재능을 사용하는 유럽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라는 바다 위에서 폭풍 속에 항해하는 지금 용감한 평화의 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세계청년대회가 이 오래된 대륙에 자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1985년 창설한 세계청년대회는 2∼3년 주기로 가톨릭을 믿는 청년들이 한자리 모이여 신앙을 성찰하고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행사로, 100만명 이상 참석이 예상된다.

지난 6월 복부 탈장 수술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주로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그는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원기를 회복해서 로마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