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어두워진 'DP 시즌2'… '군대는 변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2'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스틸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공개된 것은 지난 2021년의 일. 탈영병을 추적해 체포하는 군탈체포조(D.P.) 조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6부작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군 생활의 어두운 현실을 꽤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전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자, 당시 국방부에서 "최근 병영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해명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D.P. 시즌2'가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달라진 점과 달라지지 않은 점은 명확하다. 시즌1이 '누구나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면, 시즌 2는 조직적으로 부조리를 은폐하려는 사회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시선을 넓혔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6부작으로 제작된 이번 시리즈가 '시즌2 1화'가 아닌 '7화'로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이야기, 해결해야 할 내용을 더 밀도 있게 담아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스틸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제공
이야기는 전부터 찰떡 호흡을 선보인 D.P. 2인조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리바리한 신병이던 안준호는 어느덧 사단 내 검거율 1위를 자랑하는 우수 대원이 됐다. D.P. 담당 간부인 박범구(김성균 분), 임지섭(손석구 분) 등 익숙한 얼굴들도 그대로다.

하지만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부대의 에이스가 된 안준호의 마음 한편에는 전작에서 같은 부대 탈영병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암시하듯, 시즌2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그의 초점은 뿌옇고 흔들리는 상태로 그려진다. 늘 밝고 천진한 모습이던 한호열도 실어증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진 채 나타난다. 이들은 생활관 내에서 총기 난사를 벌이고 탈영한 김루리(문상훈 분)를 쫓는다. 사망자 2명을 포함해 다수의 부상자가 나온 상황. 군 수뇌부는 병영 부조리와 늦장 대응 문제를 덮기 위해 모든 문제를 범죄를 일으킨 김루리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탈영병을 잡아들이는 안준호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본인이 직접 탈영을 결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스틸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넓어진 문제의식만큼이나 볼거리도 다양해졌다. 성소수자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에피소드는 뮤지컬을 연상하게 하고, 최전방 부대 지뢰 사고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회차는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떠올리게 한다. 시리즈 말미에는 '총기 난사범' 김루리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며 법정 드라마적 요소도 보인다.

달라진 지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시즌1보다 세계관이 넓어지다 보니 현실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부대의 에이스라고는 하지만 안준호가 자기를 체포하러 온 수십명의 D.P. 대원을 단신으로 때려눕히는 등 여러 장면에서 극적 표현이 과장됐다. 이전 시리즈에서 현실적으로 묘사된 병영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 있다. 무언가 바꿔보려 탈영까지 감행했지만 D.P.안준호 일병에게 해피엔드는 없다. 그를 도운 부대 간부는 내부고발 혐의로 징계받고, 군 수뇌부의 책임도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심지어 후임병들에게 가혹행위를 일삼던 전작의 메인 빌런 황장수는 아무렇지 않게 사회에 섞어 살아간다. 정말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을까. 드라마는 무거운 여운을 남긴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스틸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제공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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