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人5色' K클래식 주역들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하나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 인터뷰
차세대 K클래식 주역 5인방
"재단 도움으로 음악가의 길 힘차게 걷고있죠"
지난 2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차 정몽구재단 사무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5명의 Z세대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위재원(바이올린)·김송현(피아노)·이근엽(첼로)·정지원(피아노)·유채연(플루트) 등 총 5명의 차세대 K클래식 주역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문화예술인재 '온드림 아티스트'라는 점.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영뮤지션'인 이들은 수년째 재단의 지원을 디딤돌 삼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2011년부터 ‘온드림 인재 장학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인재들을 육성해왔다. 클래식, 국악, 무용 분야에서 매년 40명씩 인재를 선발해 등록금, 학습지원비, 국제콩쿠르 경비 등을 지원해왔다. 지난 12년간 재단이 지원한 문화예술 인재는 2490명(연간 누적 수혜인원 기준)으로 지원 금액은 101억원에 이른다.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24)은 명실상부 신세대 콩쿠르 퀸이다. 루마니아의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2021)을, 미국의 워싱턴 국제콩쿠르(2022), 벨기에의 이자이 국제콩쿠르(2022)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위재원처럼 국제콩쿠르 돌풍을 일으킨 K클래식 스타들의 바탕에는 재단의 경제적 지원이 든든한 뒷배가 됐다.

그는 "연주자로서 커리어를 쌓으려면 콩쿠르가 필수인데, 매번 경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재단의 지원 덕분에 더욱 적극적으로 (국제콩쿠르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단은 국제콩쿠르에 출전하는 학생에게 경비를 제공하고, 수상 시엔 글로벌 우수 장학금 300만원도 추가로 지원한다. 음악 영재들의 길은 특별한 동시에 외롭기 마련. 일반 교과과정을 다루는 학교 대신 홀로 악기 연습에 집중하고 레슨과 콩쿠르 준비를 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재단은 홀로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해야하는 아티스트에게 든든한 동문을 형성해주고 있다. 앙상블 연주, 음악캠프 등을 통해 음악계 대선배들 및 또래 연주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다.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있는 첼리스트 이근엽(26)도 이러한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다른 영재에 비해 다소 늦은 중학생때 음악에 눈을 뜬 그는 예중·예고를 진학하는 대신 홈스쿨을 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온드림 앙상블 뮤직캠프를 통해 또래와 어울리고 존경하는 선배 음악가들에게 멘토링을 받은 기억이 음악적 자양분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악을 일찍부터 한 게 아니다보니 친구도 많이 모르고, 정보도 부족했어요. 장학생이 되면서 음악하는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죠. 캠프에서 (한)재민이랑 방을 쓴 것도 기억에 남네요. " 플루티스트 유채연(22) 역시 비범한 길을 걸어왔다. 자신의 성격과 가장 다른 악기어서 플루트에 끌렸다는 그는 이른 나이부터 경남 마산인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해 꿈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부산예중에 진학 후 그 해에 자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유명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레슨을 받았으며 10대 때부터 하숙집과 자취생활을 하며 중학교 검정고시를 치르고 한예종 영재원을 갔다. 이후 서울예고에 입학했지만 다시 3개월 만에 한예종 학사에 진학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부단히 노력한 결과, 2021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했다. 언제나 홀로 앞서가던 그에게 '온드림 앙상블' 활동은 따스한 교감 그 자체였다.

"재단을 통해 음악하는 친구들과 함께한 앙상블 활동, '온드림 교과서 음악회' 영상제작을 위한 연주 녹화 등 즐거운 기억이 남습니다. "

재단은 지역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함께 추진해온 ‘예술마을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매년 여름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마을에서 ‘계촌 클래식 축제’를 연다. 장학생들은 이러한 연주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아니스트 김송현(21)은 중학교 2학년때부터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10대였던 그에게는 꾸준한 연주 기회가 큰 도움이 됐다.

"학생들에게 무대 기회는 너무나 귀해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음악계 대선배님들과 연주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계촌 축제에서 신수정 교수님과 함께한 기억이 남아요. 듀오 연주를 하는데 폭우가 와서 야외 스테이지 대신 체육관에서 했거든요.(웃음)"

음악과 인연을 맺게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예술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점에서공통 분모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정지원(22)은 2015년부터 장학생에 선정됐다. 그는 자신을 재단에서 가장 오래된 장학생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집이 부유한 편이 아니라서, 지난 8년간 재단의 지원이 없으면 음악을 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무거운 짐을 덜어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죠. 중학교 2학년때 온드림 앙상블 단원으로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연주했어요. 중2가 예당 무대에 설수 있다는 것도 꿈만 같은 일인데 음악적으로 재능있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연주하는게 큰 행운이죠. "
이들은 무엇보다 재단의 따스한 격려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가시밭길 같은 예술가의 길에 재단의 지원와 격려가 진정한 힘이 되고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재단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연주 기회나 학비 지원뿐 아니라 누군가가 마음을 써주고, 꾸준히 지지해주고 응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됩니다. " 오는 8월 9~10일 일신홀, 9월 3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이근엽, 정지원, 유채원이 '2023 온드림 아티스트 시리즈' 연주에 나선다. 이 공연은 정몽구 재단 문화예술 인재를 위한 독주회 시리즈다. 위재원, 김송현은 지난해 온드림 아티스트 시리즈 무대에 섰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