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이면 토익 만점"…취준생 유혹한 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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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간다며 답안 주고받아화장실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안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토익·텝스 등 어학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시험 한 번에 300만∼500만원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토익(TOEIC) 고사장에서 답안을 몰래 주고받은 혐의로 브로커 A씨(29)와 의뢰자 등 20명을 적발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로 의뢰인 19명을 모집한 뒤 토익과 텝스(TEPS) 등 영어시험에 함께 응시해 총 23차례에 걸쳐 몰래 답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듣기평가가 끝난 뒤 읽기평가 시간에는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화장실 변기나 라디에이터에 각자 휴대전화를 미리 숨겨둔 뒤 의뢰인에게 메시지로 답안을 보냈다.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면 화장실에 종이 쪽지를 숨겨 정답을 알려주기도 했다.의뢰인들은 대부분 20대 취업준비생이나 학생으로, 한 차례 시험에 300만∼500만원을 건넸다. A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국내 유명 어학원에서 일했다. 퇴직한 뒤 도박자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자신이 등장하는 어학원 동영상과 강의자료 등을 내세워 의뢰인을 모았다.A씨는 시험 전 의뢰인을 만나 전달 방법을 알려주고 의뢰인이 원하는 점수에 맞춰 답안을 작성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한국토익위원회로부터 부정행위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향후 외국어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