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가는 길 장봤다가…30대 부부 '깜짝' 놀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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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상추 143%·미나리 129%경기 분당에 사는 30대 서유진 씨 부부는 지난 주말 두 아이와 여름 캠핑을 가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계산을 마친 서 씨는 영수증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4인 가족이 먹을 삼겹살 한 근(600g)에 상추, 깻잎, 김치 등을 곁들이고 수박 한 통, 과자, 맥주, 음료수, 생수 등을 담았더니 20만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그는 “주말에 1박2일 놀러 가는데 기름값(주유비), 식료품비, 캠핑 장비 대여비까지 합쳐 최소 50만원은 든다”고 했다.
닭고기 12% 올라…수박도 68% '쑥'
피서철 수요 늘어나는 생수·맥주도 가격 상승
장마철 집중호우에 이어 본격적 폭염이 시작되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생수, 아이스크림, 맥주 등 피서철에 수요가 늘어나는 주요 품목도 이미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폭염 예고…채소·과일류 계속 오를 듯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적상추 4㎏ 평균 도매가격은 6만3700원으로 한 달 전(2만6160원)보다 143% 치솟았다. 시금치(4㎏)와 미나리(7.5㎏) 가격도 각각 126%, 129% 뛰었다. 제철 과일인 수박과 참외도 각각 68%와 84%씩 올랐다. 작년에 1만8000원가량 하던 수박 한 통이 올해는 3만원을 넘었다.육류 가격도 만만찮다. 지난달 축산물품질평가원 기준 닭고기의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은 각각 12%(소매가격 기준)에 달했다.신선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날씨 탓. 이달 초부터 잇따른 폭우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시설채소가 침수되는 등 농작물 피해가 컸다. 여기에 휴가철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도매인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기록적 폭염에 태풍 피해 가능성이 있는 데다 휴가철과 추석 연휴 등 농산물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 있어 물가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8~9월까진 채소 등 신선식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에도 장마 이후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6월 10kg당 1만24원이던 배추(상품) 도매가격이 9월 3만2343원으로 223% 뛰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이후 낸 자료를 통해 "8~9월에는 기상여건·추석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빙수업계도 잇따라 가격 인상 대열에
이른 더위로 여름철에 수요가 늘어나는 생수, 아이스크림, 맥주 등 일부 공산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롯데 아이시스 500mL 생수의 편의점 가격은 1년 전 950원에서 1100원으로 15% 올랐다.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제주삼다수 출고가도 5년 만에 올라 평균 9.8% 인상됐다. 코카콜라 캔커피 제품이나 스크류바, 메로나, 바밤바 등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공급가도 25%까지 올랐다. 배스킨라빈스는 오는 4일부터 115mL 싱글레귤로 사이즈 가격을 3500원에서 3900원으로 약 11% 올릴 예정이다.‘폭염 특수’를 기대하는 빙수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빙수 전문 브랜드인 설빙은 올해부터 제품별로 가격을 600~1000원 올리는 등 평균 8% 인상했다.베이커리 카페 아티제는 ‘생망고빙수’ 가격을 1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3000원 더 올려 받고 있다. 이디야도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서울 주요 특급호텔들도 가격을 줄줄이 올려 간판 디저트 메뉴인 애플망고 빙수는 7만~12만원대에 형성됐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은 대표 메뉴인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판매 가격을 12만6000원에 책정했다. 지난해(9만6000원)보다 31.3% 껑충 뛰었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18.1% 오른 9만8000원에 판매한다. 롯데호텔의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파는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작년보다 4.5% 오른 9만2000원. 웨스틴조선 서울도 애플망고 빙수를 지난해보다 8.3% 비싼 7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산단가가 오르면서 공산품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는 6월 말부터 생수와 각종 음료수, 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7~8월쯤 되면 최고치에 달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