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5시간 구속심사…검찰, 230쪽 PPT로 구속 주장(종합)

대장동 민간업자에 19억 수수 혐의…이르면 오늘밤 구속 결정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71) 전 특별검사가 3일 한달여만에 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13분께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박 전 특검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굳은 표정으로 "번번이 송구스럽다.

법정에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거액의 돈이 사업 관련 청탁의 대가인가',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순 이유가 무엇인가' 등 질문에는 손을 내젓거나 입을 열지 않았다.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돼 약 5시간30분 만인 오후 4시께 끝났다.

6월29일 첫번째 영장심사는 약 3시간10분간이었다.

박 전 특검은 법정을 나서면서 '어떤 부분을 주로 소명했느냐'는 질문에 "됐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어떻게 소명했느냐'는 물음에는 "미안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대기 중이던 검찰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을 기다리던 일부 보수성향 유튜버가 "박근혜 대통령께 사과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나 다음 날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 소속 정일권(45·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투입, 총 230여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재판부에 제시하며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강조했다.

이에 박 전 특검 측 변호인인 박경춘(57·21기)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는 1차 영장심사 때와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주장에 맞섰다.
검찰은 앞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유를 면밀히 분석, 박 전 특검 측의 주장을 뒤집을 반대 논리와 추가 증거 등을 촘촘히 보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8억원을 수수한 시점으로 2014년 11월∼4월께로 지목한 검찰은 이 시점을 2014년 11월 3일부터 2015년 4월 7일 사이로 더 자세히 특정했다.

이 시기는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한 시기로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이 금융회사인 우리은행 통합이사회 의장·감사위원을 겸직한 시기다.

첫 영장심사에서 박 전 특검 측은 '우리금융지주는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수재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 직무 해당성 여부를 문제 삼아 영장 기각을 끌어냈다.

이에 검찰이 그가 금융기관 임직원 신분으로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을 보강해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9월께 박 전 특검과 김만배씨 사이에 작성된 '증자대금 5억원을 빌려주면 3년 안에 이자를 쳐서 갚고, 원할 경우 화천대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해 박 전 특검의 '5억원 수수·50억원 약정' 혐의를 보강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아울러 '50억 클럽 특검론'이 제기된 올해 2월께 박 전 특검이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와 만나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망치로 내리쳐 폐기하는 등 의도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과 부동산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고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2015년 3∼4월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억원을 받은 뒤 50억원을 약정받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6월 첫 번째 영장심사에서 법원은 직무 해당성, 금품의 실제 수수,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대대적 보강수사를 벌였고 그가 특검 재직 기간인 2019∼2021년 딸 박모씨를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단기 대여금'으로 가장한 돈 11억원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