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저성장에서 탈출하려면

한국만 내려간 올 성장률 전망
이대로면 후발국에 금세 추월

탈산업화로 커진 서비스산업
낮은 생산성 끌어올리지 못한 탓
인적자본 축적, 제도 뒷받침을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4%로 예측했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올려 3.0%로 예측했다. 한때 연 10% 이상 성장하던 한국의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했고,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 세계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더 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독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수출하면서 발전해왔기 때문에 적어도 세계 경제에 대한 호재는 한국 경제에도 호재여야 한다.

1.4%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연구가 제기한 202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일치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1.4% 전후로 성장할 것이다. 더 비관적인 것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고령화 진전으로 인해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가장 선진 국가인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8~1.9%로 여겨진다. 미국은 과거 100여 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 내외로 성장했는데, 이 정도의 성장률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것이며, 후발국들도 우리를 추월할 것이다.한때 한강의 기적으로 불렸던 한국이 이렇게 암담한 상황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고속 성장에 큰 공헌을 한 제조업은 아직 건재하지만 탈산업화로 규모가 커진 서비스업에서 낮은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행히 중국이 부상하기 전에 충분히 제조업이 발전할 기회가 있었고 빠른 제조업 성장으로 산업화에 성공하며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다. 특히 수출주도형 전략을 채택해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빠르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때 농촌에서 제조업으로 이동한 노동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어느 국가든 제조업이 발전하면 탈산업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은 발전할수록 노동집약형에서 자본집약형으로, 고기술 중심으로 변화해 더 이상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노동자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다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가 서비스업에서 꾸준히 나와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과정을 대체로 무난하게 겪은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탈산업화가 너무 빨리 이뤄졌다는 데 있다. 너무 많은 노동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업에 진입했기 때문에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저생산성 직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면 한국은 왜 탈산업화가 급속히 이뤄졌는가? 한국의 경제 발전 자체가 너무 빠르게 진행된 측면도 있지만 중국이 발전하면서 한국의 노동집약적 제조업 경쟁력이 너무 빨리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빠른 발전이 쉽지 않다. 서비스업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기가 쉽지 않아 국내 수요, 즉 소득 수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 서비스업은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라 인적자본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서비스업에 적합한 인적자본 축적은 시간이 걸린다. 서비스업에 적합한 교육기관의 개혁이 필요하며,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축적되는 인적자본도 중요하다.

또 서비스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구축이 필수적인데 경제가 발전한 이후에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제도 변화에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타다나 의료서비스와 같이 사회적 갈등이 많은 서비스 분야에선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다. 제도 변화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기존의 규제로 이득을 얻던 집단은 목소리를 높이며 새로운 제도 도입을 방해한다. 반면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대체로 소비자들인데 이들은 조직화돼 있지 않아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선 제도 변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소비자 대표를 합의 과정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도 제도 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익이 크게 증가한 성공 사례를 꾸준히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다시 한번 성장률을 제고하는 과정은 험난하겠지만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