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노린 '묻지마 베팅'…공모가 거품 경고등

시초가 개편 한달 공모시장 분석

15곳 중 12곳 공모가 최상단 결정
대부분 반짝 오른후 공모가 밑돌아

7일 상장 '파두' 고평가 논란에
공모가 인상랠리 지속될지 주목
▶마켓인사이트 8월 1일 오후 3시 10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의 상장 첫날 가격 제한폭이 확대된 후 공모가격이 슬금슬금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적정 주가를 조기에 찾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공모가 버블’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희망가격 대비 최고 55% 올려

방위산업 임베디드 시스템 업체인 코츠테크놀로지는 3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한 결과 경쟁률이 1681.89 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1만3000원으로 애초 희망 가격(1만~1만1500원)보다 끌어올렸는데도 수요가 몰렸다.

코츠테크놀로지뿐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 폭을 기존 공모가의 63~230%에서 60~400%로 확대한 후 상장된 기업들의 공모가격이 대부분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체 15곳 중 12곳이 공모가를 희망가격 최상단으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8곳은 공모가 하단 대비 40~50% 이상 가격을 올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기업공개(IPO) 붐이 일었던 2021년 이후 처음 보는 공모가 버블 현상”이라고 했다.

○손해는 투자자가 떠안아


공모가가 높아지는 원인은 제도 변경 후 ‘IPO 흥행’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데 있다. 시초가 제도를 바꾼 후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를 더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쓴다는 것이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 청약 시 고려할 사항은 첫째가 적정 가치고 둘째가 시장 분위기”라며 “시장이 과열되면 분위기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도 굳이 공모가를 제한할 유인이 크지 않다. 공모가격이 높아질수록 인수 수수료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선 기관들도 공모가격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개미 투자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제도 변경 후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서다. 지난달 19일 상장한 센서뷰의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4500원) 대비 51.78% 오른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날 주가(4050원)는 공모가 대비 10%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상장한 버넥트의 이날 주가는 공모가와 비교해 30% 낮다.

○파두 주가 향배 주목

증권가는 올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히는 파두가 공모가 버블 현상을 좌우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일 상장하는 이 회사는 올해 첫 조(兆) 단위 상장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공모가(3만1000원)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일반 청약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자들은 파두의 기업가치가 작년 말 프리IPO 때보다 50%가량 증가한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대어였던 WCP의 주가 급락으로 IPO 시장이 위축됐던 것처럼 파두의 주가가 부진하면 공모가 상승 추세도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