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이어 분당 '흉기 테러'…묻지마 범죄 왜 반복되나

분당 백화점서 차량 돌진 후 흉기 휘두른 20대 체포…14명 부상
전문가 "얼굴 가린 점 모방범죄 추정…엄벌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10여일 만인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화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범죄가 또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 피의자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모(23) 씨로, 차량을 인도로 몰아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모두 14명을 다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에 든 흉기를 마구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최씨에 대해선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범행 동기나 진술 내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범행 장소가 일반 시민들이 다수 오가는 곳이라는 점, 불특정 다수에 대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난달 21일 발생한 '신림동 사건'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씨가 차량을 이용해 일차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뒤 곧바로 흉기로 2차 범행을 저지른 점을 두고 '분노 범죄' 가능성을 가장 높게 예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속단하긴 어렵지만 사회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자포자기형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며 "실패 경험 등의 책임을 사회로 돌려 타인에 대한 억하심정을 피해망상처럼 쏟아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총기가 없다 뿐이지 외국의 총기 난사와 같은 류의 범행이 흉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흉기 '난동'이 아닌 '테러'라고 볼 수 있으며 그에 준하게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단순 분노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신림동 사건을 모방한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다.

실제로 신림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모두 10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수법이나 장소, 범행이 일어난 시기 등을 통틀어 봤을 때 신림역 사건의 모방범죄가 아니라고 볼 이유가 없다"며 "좌절감이나 분노를 갖고 있던 피의자에게 최근의 사건이 감정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씨가 범행을 저지를 때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걸로 봤을 때 완전한 분노형 범죄가 아닌 모방범죄일 가능성도 있다"며 "범죄를 숨기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방 범죄의 경우 단순히 이번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대응 방안도 다르게 모색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길거리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형사 법무 체계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