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경고했는데"…'악몽 잼버리' 여가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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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지역구로 둔 이원택, 작년 국감서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1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악몽'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 이미 폭염 등에 대한 잼버리 조직위 측의 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경고를 무시했다는 내용이다.
"폭염·폭우·해충 방역·감염 대책 세워야"
김현숙 장관 "차질 없이 준비되도록 할 것"
정치권서는 '당초 개최 장소 한계' 지적도
민노총 전북본부, 文정부·민주당 싸잡아 비판
4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은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를 디테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제가 현장에서 보기 때문에 걱정돼서 말씀드리는데, 부처의 장관과 책임자가 혼선이 있는 조건에서 이 행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조직위가 '프레 잼버리'(잼버리 예비 행사)를 취소한 것도 실상은 '준비 미흡' 때문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프레 잼버리 개최) 예정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레 잼버리가 여가부의 설명대로 '코로나 확산' 때문이 아니라 준비 미흡 때문에 취소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걸 따지려는 게 아니고,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또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정말 점검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기반 시설이 지금 8월 현재 37% 공정률 아니냐"며 "이제 곧 겨울에 들어가고, 내년 3월에 봄철이 돌아온다. 이런 것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의 청소년들과 전 세계가 다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장관님 좀 인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국감에 참석한 김 장관은 "저는 차질 없이 준비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것들은, 지금 저희가 태풍·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위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우려 현실로…'당초 개최 장소에 한계' 지적도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잼버리 대회에서 개막 사흘 만에 10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나왔고, 대회에 자녀를 보낸 해외 학부모들의 걱정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가장 많은 45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한 영국은 주한 영국대사관의 외교관들을 파견해 조직위 측에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이에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개최 장소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에 자연 그늘이 없고,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새만금 부지는 야영 장소로 부적합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전북 새만금은 강력한 후보지였던 강원도 고성을 제치고 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선정된 바 있다.
잼버리 현장을 방문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더운 시기인 8월 초에 나무 그늘 없이 새만금에서 텐트 야영을 하는 잼버리를 개최하는 건, 시기와 장소 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대규모 갯벌을 매립하여 야영 부지를 조성한 탓에 배수가 되지 않는 문제, 점점 더 심화하는 기후 재난을 앞둔 상황에서 폭염과 폭우로 인한 위험 상황 등 잼버리 대회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며 "하지만 국회에서 반복해서 제기되었던 문제에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문제없다',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文정부·전북도·민주당 싸잡아 비판 "정치 이해관계로 개최됐다"
한편,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잼버리 행사와 관련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새만금 잼버리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그 정치적 잇속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전라북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새만금 잼버리 행사를 빌미 삼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며 "이렇게 졸속 추진된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실상은 미군기지 제2활주로 건설 사업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는 눈감고서 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종점이 변경된 것을 문제 삼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또한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본래 관광‧레저 용지였지만 잼버리 행사를 추진하며 농지관리기금을 전용해 부지를 졸속 매립했다. 이에 따라 농업용지로 전환된 잼버리 부지는 잼버리 행사 이후 부지 용도를 둘러싼 또 한 번의 촌극을 앞두고 있다"고도 했다. 민노총 전북본부는 "이미 여러 단체와 전문가가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게다가 새만금 잼버리는 스카우트 정신과는 동떨어진 채 정치적 이해관계로 개최된 행사"라며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참가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