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장 팔린다"…'기록 경쟁' K팝, 정작 CD 듣는 사람은 없다?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K팝 인기 고공행진…늘어나는 '앨범 판매량'
상반기 밀리언셀러 13장, 올해 1억장 전망
팬들 '포토카드' 등 이유로 앨범 대량 구매
공정위 조사에 "환영" vs "소비 위축 우려"
그룹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세븐틴 /사진=각 소속사 제공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 아이돌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그룹 뉴진스(NewJeans)는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올랐다. 아이돌 3세대가 쌓아 올린 인기는 4세대에 진입하면서 K팝 그룹의 성장 시간을 급격하게 단축했다.

팀의 성장 지표로 유튜브 조회수, 스트리밍 기반의 차트 성적 등이 활용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단연 수익과 직결되는 '앨범 판매량'이다. 각 가요기획사는 신보 발매 전 선주문량(판매를 위해 유통사 측에 들어오는 주문량)부터 발매 후 초동(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 수치, 총판매량 등을 잇달아 홍보에 활용한다.밀리언셀러(앨범 100만장 이상 판매)에 환호하던 K팝은 이제 400만장을 넘어 500만장 아티스트까지 배출해 냈다. 써클차트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밀리언셀러 작품은 총 13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장이나 더 많았다. 올해 12월까지 전체 피지컬 앨범 판매량이 1억 장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덩달아 '판매 경쟁'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일한 노래가 담긴 앨범을 여러 장 사게 만들기 위한 마케팅 방식이 팬심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팝 앨범에는 지갑에 넣기 좋은 사이즈의 아이돌 사진, 즉 '포토카드'가 부속품으로 들어가는데 사실상 CD가 아닌 이 포토카드를 얻기 위한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주객전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 구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K팝 음반(50종)을 조사한 결과, K팝 팬덤 활동 소비자의 52.7%가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CD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소비자는 5.7%에 그쳤다. 인기 보이그룹의 팬인 장(22)모 씨는 "컴백이나 이벤트 때마다 앨범을 구매하는데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돌려본 적은 없다. 대부분의 노래를 음원사이트를 통해서 듣기 때문에 CD로 청취해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이그룹 팬인 양(16)모 양은 "앨범이 여러 종류로 나와서 몇 장씩 사기도 하지만 특히 그 안에 있는 포토카드 때문에 대량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기본 포토카드 외에 구매처나 이벤트별로 전부 다른 '미공개 포토카드'도 있어서 다 모으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제품 자체도 비싼데 원하는 포토카드도 얻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194명)는 동일 음반을 평균 4.1개 구매했으며, 가장 많게는 90개까지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팬들이 모은 포토카드 이미지들 /사진=트위터 캡처
포토카드를 얻고 난 후 필요 없어진 앨범이 쓰레기처럼 버려져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가요기획사들도 충분히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물 CD 없이 전용 앱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 앨범',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키트 앨범', QR코드를 인식해 음악을 듣는 '위버스 앨범' 등을 통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토카드는 놓을 수 없는 '마케팅 수법' 중 하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사들의 포토카드 끼워팔기 행태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태다. 팬들이 앨범을 구매할 때 어떤 멤버의 포토카드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필요 이상의 대량 구매를 하게 되는데, 아이돌 관련 상품이 부당하게 앨범과 묶여 판매됐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공정위도 미공포(미공개 포토카드) 리스트를 보고 놀란 모양"이라며 개선을 바라는 팬들이 있는 반면, "포켓몬 빵도 랜덤 스티커 때문에 사는 건데 자유시장 체제에서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팬들의 선호도에 맞춘 마케팅 수단을 과도하게 제재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팬덤 비즈니스는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일부의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삼는다. 결과적으로 K팝의 인기와 함께 팬들의 소비가 활발해졌기 때문에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는데 자칫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각 기획사도 ESG 경영 철학에 부합하면서도 동시에 팬들의 선호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충성도 높은 팬심을 이용한 '과도한 상술'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좌석을 모른 채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고 이후 자리를 랜덤 배정하는 방식이 등장해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인기 보이그룹의 팬 한(26)모 씨는 "팬들은 갑자기 가격이 비싸지거나 부당한 방식이 적용돼도 희소성이 있는 제품이라거나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아이돌 팬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는 소비자라 생각한다. 의견을 수용하면서 아티스트와 팬 모두 만족하는 관계가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