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4번에는 아이들이 꿈꾸는 ‘천상’이 담겨 있다

[arte] 임성우의 클래식을 변호하다
지난 7월 30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3번 교향곡의 공연이 있었는데, 다가오는 8월 13일에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말러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고 합니다.
말러의 교향곡 4번은 전작인 3번과는 정반대로 그의 교향곡들 가운데 가장 짧은 곡입니다. 이 곡은 원래 말러가 3번 교향곡의 마지막 7악장으로 채택하여 '어린이가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표제를 붙이려고 했던 가곡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을 기초로 하여 작곡한 작품입니다.
Das himmlische Leben


원래 말러는 4번 교향곡을 '유모레스크'라는 타이틀 하에 아래와 같이 전체 6개의 악장으로 구상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악장: 현재 영원한 것으로서의 세계. G장조
2악장: 지상의 삶. E플랫 단조
3악장: 카리타스. B장조 (아다지오)
4악장: 아침 종. F장조
5악장: 무게 없는 세계. D장조 (스케르초)
6악장: 천국의 삶. G장조 그러나 도중에 이러한 계획을 폐기하고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을 기초로 하여 전통적인 양식에 부합하도록 4악장으로 된 교향곡을 다시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 4번 교향곡은 공교롭게도 (소나타 알레그로 양식의 1악장, 스케르초 양식의 2악장, 변주곡 양식의 느린 3악장, 성악이 포함된 마지막 4악장 등) 베토벤 9번 교향곡의 스타일과 비슷한 흐름의 4악장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4악장에서 기쁨(Freude)을 노래한 것도 두 곡이 서로 비슷하군요.

다만, 베토벤 교향곡 9번의 경우 1, 2, 3악장과 이질감이 있는 마지막 4악장의 결속을 위해 4악장에서 그 이전 악장들의 음악적 소재들이 일부나마 짧게 회상하는 방식을 취한 반면에, 말러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4번 교향곡의 4악장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의 음악적 소재들을 토대로 하여 1, 2, 3악장을 설계하고 구축했기 때문에 전체 악장들 사이에 음악적 일체감이나 유기적인 통일성이 매우 강한 편에 속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곡의 전체 악장에 담긴 음악적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가곡집 '소년의 신비한 뿔피리'의 한 곡으로 이 교향곡의 토대가 된) 4악장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 내용과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말러가 사용한 (그리고 1, 2, 3악장 작곡시 차용한) 다양한 음악적 소재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4악장의 내용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 드렸습니다만, 요컨대, 말러의 가곡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은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천국을 표현한 곡입니다. 어린 아이가 본 천국은 부드러운 안식 속에서 사는 거룩한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우 재미있는 일이 많고 (빵이 없어 아이가 굶어 죽는) '지상의 삶(Das irdische Leben)'과는 달리 먹거리가 풍요로운 세계입니다. 말러는 이러한 천국의 양면성을 그에 걸맞는 음악으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악장 도입부의 소위 '썰매 방울' 소재에서 겨울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사실 이는 4악장의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의 음악적 소재가 그대로 차용된 것입니다. 즉, 4악장에서 이 '썰매 방울'의 소재는 (약간 폭력적이고 어두운 성격의 소재로 잘못 이해되고 표현되기도 하지만) 천국에 간 어린이가 단순히 거룩하고 엄숙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천국의 장면을 보며 느끼는 흥분과 긴장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된 음악적 소재입니다(아래 말러가 직접 연주한 피아노롤 유튜브 음원 참조).


말러 피아노롤


말러 피아노롤에 의한 노래


그 밖에도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4악장에서 천국에 이른 어린이의 순수한 만족감과 그지 없이 안락하고 편안한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음악적 소재들이 1악장은 물론 2악장, 3악장에서도 거듭 차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1, 2, 3 악장에 오직 4악장의 천국적인 소재들만 사용된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1악장의 경우 발전부에서는 그와 같은 음악적 소재들 사이에 간헐적으로 어두운 정서가 개입합니다만, 이는 어린이의 순수한 동심을 절대로 이기지는 못합니다.

2악장 역시 저승사자와 같이 매우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말러 특유의 유머감각이 담겨 있어(이 대목에서 원래 말러가 구상했던 교향곡에 '유모레스크'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동화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천국의 기쁨이 담긴 4악장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3악장도 마찬가지인데, 중간에 어두운 느낌의 음악적 소재가 반복하여 등장하지만, 말러 스스로도 언급하였듯이 기본적으로는 말러 자신의 어머니나 아니면 4악장의 천국 장면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여인 우어줄라의 포근한 미소와도 같은 소재가 곡을 지배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천국문을 활짝 열어 4악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와 관련하여 말러는 이 교향곡을 영원한 푸르름 속에 빛나는 하늘로 비유하였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하늘은 가끔 어두워지거나 유령이 나올 듯 소름 끼치게 변하여 우리에게는 갑자기 무섭게 다가올 수는 있는데, 햇빛 비추이는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에도 사람들은 놀람과 공포에 사로잡힐 수도 있지만 하늘 그 자체는 결코 어두워지지 않으며, 영원한 푸름 속에 빛납니다.

종래 이 4번 교향곡마저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처럼) 다소 지나치게 철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이 곡의 어두운 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이 곡이야말로 더욱 그저 어린아이와 같이 단순한 마음으로 말러가 (트럼본과 튜바 등 무겁고 어두운 악기를 오케스트라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까지) 음악으로 그리고자 했던 그 영원한 푸르름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받아들이면 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하에서는 위의 한경아르떼필의 이번 공연의 예습을 겸하여 번스타인 연주의 말러 교향곡 4번을 악보와 함께 수록한 아래 유튜브 영상을 기준으로 이 교향곡의 각 악장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표시된 시간을 클릭하면 유튜브의 해당 연주로 연결됩니다.)
말러가 이 교향곡의 1,2,3 악장의 초고를 썼다는 휴양지 Bad Aussee

1악장

번스타인(1악장)


1악장은 주제의 제시 - 발전 - 재현 - 코다 등으로 흐르는 소나타 양식의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겠습니다만, 말러의 다른 교향곡이 그렇듯이 이 1악장 역시 전형적인 소타나 형식으로 보기에는 음악적 내용이 매우 자유 분방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곡 또한 정밀한 구조적 분석에 애를 쓰기보다는 다음의 몇 가지 음악적 소재들을 중심으로 하여 그러한 소재들이 다채롭게 변화되어 나아가는 과정을 큰 줄기에서 따라가면서 감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재 A

서두에서 잠깐 살펴본 것처럼 1악장은 기본적으로 4악장의 다양한 음악적 동기들을 기반으로 하여 동심의 세계를 아주 유모레스크한 방식, 즉 위트가 있는 즐거운 방식으로 풀어낸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썰매방울 소리가 가세하는 서두의 꾸밈음에 의한 독특한 음형(0:00) 등 다양한 동기들에서는 (천사와 같이 거룩하고 부드러운 삶에 더하여) 재미까지 있는 천국의 삶에 신난 어린이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소재를 배경으로 곧 모차르트의 음악과도 같이 티없이 순수하면서도 비엔나의 세련된 풍미마저 느껴지는 멜로디가 흐르고(소나타 1주제, 아래 화살표 부분), 첼로와 호른이 또 다른 신나는 리듬의 가락으로 따라 붙습니다.
소재 B

위와 같이 (4악장에서 천국의 재미있고 즐거운 측면을 상징하는 소재를 차용한) 활발한 느낌의 소재 A가 제시된 이후 그와 대조적인 느낌의 음악적 소재 B를 첼로가 매우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게 제시합니다(1:42). 이 소재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4악장에서 클라리넷의 리드로 천국적인 평안함을 표현하는 음악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아래 악보 참조), 곧이어 오보에가 또 다른 표정의 목가적 가락으로 뒤따릅니다(3:01).
1악장은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의 소재 A와 소재 B가 마치 소나타 양식에서의 제1주제와 제2주제처럼 활용되며 전개되는데, 이들 소재는 음악이 전개되면서 다채롭게 변주됩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소재들이 반복되고 또 발전되며, 나아가 재현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에 제시된 단순한 소재들이 수시로 변주되어 나가면서 매우 다채로운 음악이 구축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소재 A, B가 제시된 후 마치 제시부를 반복하려는 듯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음악적 소재는 이전에 제시된 것과 같지 않고 조금씩 변하는데(4:55), 특히 소재 B의 경우 마지막의 첼로의 글리산도는 천국적인 만족감으로 충만합니다.

그리고 발전부에 이르러서는 소재 A는 바이올린 솔로의 리드와 함께 처음의 순수한 느낌에서 벗어나 어떤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듯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발전해나가고(5:41), 소재 B 역시 변하여 휘파람을 불듯이 자유로움을 마음껏 발산합니다(6:38, 특히 이 주제 음형은 4악장의 핵심 주제에 기반을 둔 소재 B가 변형된 것으로 나중에 천국문이 열리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3악장의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다시 인용됩니다).

발전부 후반에 이르러서는 분위기는 자유분방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매우 혼란스럽게 변모하는데(9:25), 그 과정에서 트럼펫이 (앞으로 작곡될) 5번 교향곡의 장송행진곡의 기초가 되는 운명의 동기를 미리 선보이기도 합니다(9:45).

발전부의 마지막은 위의 소재 A가 등장하여 어둡게 꼬여가는 듯하다가 절묘하게 처음의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재현부에 진입합니다(10:20). 그리고 절묘한 경과부를 거쳐 소재 B가 다시 재현됩니다(11:14).

그 후 곡은 마지막 정리를 위해 코다로 들어가는데, 여기서는 다시 소재 A가 불안정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점점 다시 회복하고(13:34) 마지막에는 놀다가 졸음이 찾아오는 듯이 속도를 줄인 후 끝에서 소재 A의 비엔나 풍의 순수한 멜로디가 살짝 새롭게 변모되면서 신난 어린이처럼 활기찬 분위기에서 1악장이 마무리됩니다(15:20).

2악장


번스타인 (2악장)


2악장은 말러의 전형적인 스케르초 악장의 형태와 비슷한데, 이 역시 크게 보면 성격이 서로 대조를 이루는 두 가지의 음악적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재 A

도입부 호른의 울림을 배경으로(0:00) 1악장의 소재 A와 비슷한, 그러나 매우 시니컬하고 어둡게 변한 소재가 목관에 의해 노래된 다음(아래 황색 박스 부분), 바이올린 솔로가 순수한 울림의 1악장의 소재 1의 멜로디(1주제)와 비슷한, 그러나 역시 매우 날카롭고 어둡게 왜곡되어 있는 음형을 연주합니다(아래 청색 박스 부분).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솔로 바이올린의 고역 스트링이 온음 높게 튜닝이 되어 매우 날카로운 소리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악장 연주를 위해 악장이 별도로 튜닝하여 준비해둔 바이올린은 곡이 전개되면서 스타카토, 피치카토 등 다양한 아티큘레이션과 약음기의 사용, 콜레뇨 주법 등을 통해 매우 기괴하도고 으시시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말러의 부인 알마는 말러가 아래와 같은 화가 Arnold Böcklin의 '바이올린을 켜는 해골이 있는 자화상'이라는 그림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언을 하고 있지만, 그 진위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바이올린을 켜는 해골이 있는 자화상(1872), Arnold Böcklin

다만 말러 자신은 이 2악장에 대하여 독일의 동화 속의 (우리로 말하자면 저승사자와 같은) 'Freund Hein'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그가 기괴한 소리로 춤곡을 연주하며 우리를 하늘나라로 안내한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소재 B

랜틀러 리듬의 소재 B는 위와 같은 스케르초의 소재 A와 달리 훨씬 부드럽고 긍정적인데, 그 뿌리는 4악장에서 표현된 온화하고 부드러운 천국의 소재에 내리고 있습니다.

2악장은 이러한 소재 A와 소재 B가 번갈아가며 연주되는데, 그 과정에서 소재 A가 소재 B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지만 오히려 결국에는 소재 A가 소재 B의 영향을 받는 식으로 흐릅니다.

A(0:00)– B(1:39) – A(2:41) – B(4:45) – A(7:05)

특히 후반에 곡이 F장조에서 D장조로 환하게 바뀌며 마치 살짝 하늘나라를 엿보는 듯한 광경이 특이하고(6:01), 곡의 마지막에는 심각하고 어두운 소재 A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바뀌면서 끝나는데, 이는 이 모든 것이 동화같은 이야기인 것을 암시합니다.

3악장


번스타인 (3악장)


3악장 아다지오(Adagio)는 두 개의 음악적 주제를 기반으로 한 소위 이중 변주곡의 형식을 띄는데, 아마도 말러가 작곡한 아다지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곡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소재 A

3악장은 피치카토로 하행 4도를 조용히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의 리듬을 타고 비올라와 첼로에서 시작하여 바이올린이 가세하여 노래하는 한없이 부드럽고 고요하게 흐르는 선율로 시작합니다(0:00).

말러는 이 곡을 살아 생전에 가족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자신의 어머니가 인자하게 웃는 모습과 연관시키기도 하였고, 또한 4악장에서 인상적인 글리산도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된 성녀 우어줄라의 미소를 언급하기도 하였다고 하는데, 이 소재 A는 바로 그런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소재 B

소재 A가 곡을 마무리할 듯하다가 오보에가 탄식 가득한 소재 B의 선율을 노래하면서 곡의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향합니다(4:32). 배경의 리듬은 소재 A와 비슷하지만 현악기가 간절함을 토로하며 따릅니다.

3악장은 이렇게 약간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소재가 번갈아 가면서 이중으로 변주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우선 오보에가 노래하는 소재 B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합니다(5:51). 그 후 음악이 조금 더 격해지다가 아래로 가라앉은 다음 잠깐 외로운 바이올린 솔로의 흐느낌이 따르더니(7:48), 소재 A의 첫번째 변주가 시작됩니다(8:16).

그 후 곡은 다시 어둡게 바뀌면서 오보에가 리드하는 소재 B의 변주가 이어지는데(10:09), (교향곡 6번에 등장하는) 마치 요람을 흔드는 듯한 부드러운 리듬이 부각되더니 감정은 더욱 격해지며 끓어오릅니다.

그러나 다시 곡은 진정을 되찾고 소재 A가 다시 부드럽게 등장하여 두번째 변주를 시작하는데(13:27), 세번째 변주(14:09), 네번째 변주(14:42) 등으로 이어지면서는 점점 움직임이 활발해지다가 다섯번째 변주(15:27) 에서 곡은 다시 느려지지만 간절함은 더욱 사무치게 표현됩니다.

그 후 곡은 다시 처음의 평안함으로 돌아가고(16:25) 끝에서 교향곡 9번에 등장하는 영원(Ewig)의 동기와 비슷한 음형이 부드럽게 반복되더니, 갑자기 E장조에 의해 (요동치는 현악기, 하프의 상승 아르페지오 등과 함께) 화려하게 폭발하듯 끓어오르면서(17:33) 급기야 (아래 악보와 같이 4악장에서 천국의 느낌을 묘사하는 데에 사용된 여러 음악적 소재와 1악장의 발전부에 등장한 휘파람 소리의 음형, 그리고 영원의 동기와 팀파니의 고동치는 리듬 등 천국에 관련된 다양한 음형들을 모두 사용하여) 마치 천국문이 눈앞에 열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이와 같이 소재 B의 탄식에도 불구하고 소재 A가 주도하면서 급기야 천국문이 열린 다음 다시 분위기가 조용하게 돌아오고 곡은 슬며시 B장조로 바뀌며 4악장에서 노래할 천국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4악장

번스타인 (4악장)


드디어 이 교향곡의 음악적 기초이자 마지막 결론이기도 한 4악장입니다. 이는 이미 설명 드린 것처럼 그의 뿔피리 가곡 '하늘나라의 삶(Das himmlische Leben)'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

이 곡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린 아이의 목소리의 표현력과 기량으로는 이 곡이 담고 있는 극도로 미묘하고도 섬세한 정서를 충분히 표현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던지 말러는 소프라노가 이 노래를 부르도록 했습니다. 악보에 아이처럼 순수하고 밝게 노래할 것을 지시하면서도 아이를 패러디하지 말라고 한 것도 그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번스타인 등 몇몇 지휘자들이 이 4악장의 노래를 보이 소프라노에 맡긴 사례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순수한 목소리 성향을 가진 소프라노가 많이 기용되고 있습니다.

보이 소프라노



Das himmlische Leben
하늘나라의 삶

이미 앞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4악장에서 어린이의 눈으로 본 천국은 천사와 같은 고귀한 생활고 부드러운 안식,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풍요롭게 즐기는 삶이라는 양면성을 가지는데, 말러는 그 양면성을 음악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우선 4악장은 (1악장에서 주로 소재 B로 차용된) 매우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가진 음악적 소재들에 의한 오케스트라의 서주로 시작합니다(0:00). 여기서 독특한 꾸밈음이 만들어내는 즐겁고 유머러스한 느낌은 분명 어른보다는 어린이의 감정에 더 가깝습니다.
곧이어 노래는 아래와 같이 천국적 고요함과 안식을 노래하는데(0:32), 부점 리듬조차도 (1악장 발전부에 등장한 휘파람 소리와도 같이)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평화롭습니다.

Wir genießen die himmlischen Freuden,
우린 하늘나라의 기쁨을 한껏 즐기고
D'rum tun wir das Irdische meiden.
지상의 것은 피해요
Kein weltlich' Getümmel
어떤 세상적인 시끄러움도
Hört man nicht im Himmel!
하늘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듣지 못해요
Lebt alles in sanftester Ruh'.
모두 부드러운 안식 속에서 살아요

이와 같은 노래가 끝나자 분위기가 바뀌어 좀 더 활발해지면서 천국의 또 다른 흥미진진한 측면을 아래와 같이 노래합니다(1:07). 그리고 끝에서 성 베드로를 노래할 때는 (교향곡 3번 5악장에서 베드로의 회개 장면을 묘사할 때 차용되기도 했던) 매우 고귀한 선율이 사용됩니다.

Wir führen ein englisches Leben,
우린 천사같은 삶을 살아요
Sind dennoch ganz lustig daneben;
하지만 아주 재미있어요
Wir tanzen und springen,
우린 춤을 추고 뛰며
Wir hüpfen und singen,
우린 흥겨워하며 노래해요

Sanct Peter im Himmel sieht zu.
하늘나라의 성 베드로가 지켜보아요

그 후 곡은 (1악장에서 소재 A로 차용되었던 활발한 음악적 소재들을 중심으로 하여) 갑자기 분위기가 고조됩니다(1:45). 어떤 분들은 이러한 음악적 소재가 폭력적이라고 하지만, 그 후 이어지는 노래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천국의 드라마틱한 광경에 흥분하여 신난 아이의 심정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특히 (기독교의 속죄의 교리와 관계되는) 어린양의 희생, 그리고 (번제와 관계되는) 성 누가의 황소 이야기 등에 바로 이어지는 (성찬 의식에 관계되는) 포도주와 빵 등이 (이 땅에서 배고프고 궁핍하였던) 어린이의 눈에는 음식처럼 보이는 듯 묘사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중간에 오보에와 베이스 클라리넷이 성 누가의 번제의 제물들의 비명 소리를 흉내내는 듯 들리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그리고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 천사들이 빵을 굽는다는 내용은 (위에서 성 베드로를 묘사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고귀한 선율로 노래됩니다.

Johannes das Lämmlein auslasset,
요한이 어린 양을 풀어주자
Der Metzger Herodes d'rauf passet.
도살자 헤롯이 주시합니다
Wir führen ein geduldig's,
우린 인내심이 많고
Unschuldig's, geduldig's,
순결하고, 인내심이 많은
Ein liebliches Lämmlein zu Tod.
그 사랑스런 어린 양을 죽음으로 이끌어요
Sanct Lucas den Ochsen tät schlachten
성 누가는 황소를 도살하는데
Ohn' einig's Bedenken und Achten.
전혀 주저하지 않아요
Der Wein kost' kein Heller
와인이 공짜예요
Im himmlischen Keller;
하늘나라의 와인셀러에서는

Die Englein, die backen das Brot.
작은 천사들은 빵을 굽고요
.
그 후 다시 (1악장에서 소재 A로 차용되었던 활발한 음악적 소재들을 중심으로 하여) 분위기가 다시 짧게 흥분된 후(3:03), (이 땅의 삶에서는 누리지 못하였던) 온갖 먹거리로 넘쳐나는 풍요로운 천국이 아래와 같이 노래됩니다(3:10).

이 노래는 처음과 같이 부드러운 소재로 시작하였다가 흥미로운 광경을 목도하며 점점 더욱 흥분되는데, 역시 마지막에 (막달라 마리아의 누이로 성경에서 예수가 방문했을 때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성 마르타가 천국의 요리사라고 노래할 때는 앞에서 성베드로를 노래할 때 사용한 고귀한 선율을 사용하여 두 번 반복 노래되면서 마지막 노래를 준비합니다.

Gut' Kräuter von allerhand Arten,
다양한 양질의 약초들이
Die wachsen im himmlischen Garten,
하늘나라의 정원에서 자라나요
Gut' Spargel, Fisolen
좋은 슈파겔, 파슬리
Und was wir nur wollen.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들
Ganze Schüsseln voll sind uns bereit!
우리 앞에 놓인 접시 가득한 음식들
Gut' Äpfel, gut' Birn' und gut' Trauben;
좋은 사과, 배 그리고 포도들
Die Gärtner, die alles erlauben.
정원사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허락해요
Willst Rehbock, willst Hasen,
산양 좋아해요? 토끼 좋아해요?
Auf offener Straßen
활짝 열린 거리 위를
Sie laufen herbei!
그 놈들이 달려요
Sollt' ein Fasttag etwa kommen,
축제의 날이 다가올 때면
Alle Fische gleich mit Freuden angeschwommen!
물고기들이 물길을 따라 헤엄쳐요
Dort läuft schon Sanct Peter
거기로 성 베드로는 벌써 달려가요
Mit Netz und mit Köder
투망과 미끼를 가지고
Zum himmlischen Weiher hinein.
하늘나라의 연못안으로

Sanct Martha die Köchin muß sein.
성 마르타가 요리사일 거예요


그 후 다시 (1악장에서 소재 A로 차용되었던 활발한 음악적 소재들을 중심으로 하여) 분위기가 다시 짧게 흥분된 후(4:33) 곡은 4악장 처음의 차분한 분위기로 가라앉습니다(4:46). 한동안 조용한 음악이 차분하게 연주된 이후 소프라노에 의해 아래와 같이 마지막 노래가 불리워집니다.

(3악장의 후반부의 천국문이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천국을 상징하는 조성인 E장조로 바뀌어 불러지는 이 하늘나라의 노래에는 말로 할 수 없는 만족감과 위로가 묻어나는데, 특히 성녀 우르줄라가 전설에서 자신과 같이 순례의 길을 떠났다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1만1천명의 처녀들이 즐겁게 추는 춤을 보며 웃는 모습(아래 주황색 볼딕 부분)을 글리산도로 표현해낸 부분이 참 인상적이고, 마지막으로 두 번이나 강조되며 (아래 가사의 초록색 볼딕 부분) 노래되는 즐거움(Freuden)이라는 단어에 담긴 미묘한 환희의 감정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습니다(어린 보이 소프라노는 대체로 이 부분에서 표현력의 한계를 드러내는데, 쿠렌치스는 이 부분을 극도로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쿠렌치스


Kein' Musik ist ja nicht auf Erden,
땅의 어떤 음악도
Die unsrer verglichen kann werden.
우리 것과 비교 안되요
Elftausend Jungfrauen
1만 1천명의 처녀들이
Zu tanzen sich trauen.
춤을 춰요
Sanct Ursula selbst dazu--lacht.
성 우르줄라 스스로 그걸 보며 웃어요
Kein' Musik ist ja nicht auf Erden,
땅의 어떤 음악도
Die unsrer verglichen kann werden.
우리 것과 비교 안되요
Cäcilia mit ihren Verwandten
체칠리아는 그 친척들과 함께
Sind treffliche Hofmusikanten!
멋진 궁정 음악가들이예요
Die englischen Stimmen
천사같은 목소리는
Ermuntern die Sinnen,
감각을 즐겁게 해서
Daß alles für Freuden, für Freuden erwacht.
모든 것이 즐거움을 향해, 즐거움을 향해 깨어나게 한답니다

노래가 다 마친 이후 마치 아기의 요람을 부드럽게 흔드는 듯한 리듬이 솔로 하프의 하행 4도 음형 등을 포함한 오케스트라에 의해 아주 조용히 반복적으로 울리면서 이 위대한 교향곡은 끝을 맺습니다.

비록 동일하게 기쁨(Freude)이라는 주제를 노래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폭발적인 엔딩과는 젼혀 상반된 피날레이지만, 이 말러 교향곡 4번의 코다는 베토벤이 묘사한 가슴 벅찬 환희에 결코 못지 않은 깊은 여운을 듣는 우리들의 마음에 남깁니다.
쿠렌치스 (전곡) (영상 37분 이하)





샤이/보니 (Das himmlische Leben)





아바도 (전곡 실황)





에스트라다 (전곡 실황)





빌마이어





길렌




Kletzki


Chamver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