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마트폰으로 솟값 경매…폭염 속 원주 한우 경매시장 '후끈'

일부 농장주, 앱 깔아두느라 '진땀'…경매 개시하자 현란한 손놀림
기준가에 1만원 더 써 유찰 모면, 110만원 웃돈 거래에 '울고 웃고'

"살다 보니 스마트폰 앱으로 소를 사고파는 시대가 왔네요. ", "기존 응찰기보다 스마트폰 경매가 확실히 더 편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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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36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4일 강원 원주시 호저면 한우 경매시장이 스마트폰 경매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비대면 스마트 한우 경매시스템 1단계를 구축한 원주축산농협(이하 원주축협)이 이날 처음으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경매에 나섰다.

도내 가축경매시장 9곳 중 스마트 경매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인제축협으로 원주축협 경매시장은 두 번째 그룹에 속한다.

원주축협 직원을 비롯해 농장주와 도매상들은 이날 오전 10시 경매 개시 2시간 전부터 경매장에 도착해 스마트 전자 경매 절차를 익히느라 분주했다. 기존 응찰기 사용에 익숙했던 일부 어르신들은 축협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경매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두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비육우 5두를 사려고 경매시장에 나온 엄영환(70)씨는 "축협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앱을 깔아두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아 자칫 눈여겨 둔 한우를 구매하지 못할까 봐 살짝 걱정"이라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신림면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강희문(53)씨는 오히려 기존 응찰기보다 스마트폰이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기존처럼 경매 전에 응찰기를 받아 경매 후 반납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며 "응찰기 수가 한정적인 곳은 늦게 도착하면 응찰기를 배정받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스마트폰 경매는 그럴 일이 없다"고 호응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첫날이라 익숙지 않아 서툴 법도 하지만 막상 경매가 시작되자 옆 사람이 볼세라 스마트폰을 가리고, 마감 전 경매 가격을 입력하느라 현란한 손놀림을 보이는 등 솟값 경쟁은 치열했다.

이날 경매시장에는 송아지, 비육우(수소), 번식우(암소) 등 85두가 나왔다.

축협에서 지정한 시세 조정위원들이 한우를 이리저리 살펴 보고 생년월일과 유전능력 등을 토대로 최저가격(기준가)을 매긴다.

이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스마트폰에 입력한 구매자가 낙찰받는다.

1회 유찰 시 기준가보다 10만원씩 낮게 책정돼 추가 경매에 부쳐진다.

2차례 이상 유찰돼 낙찰자가 나오지 않으면 거래 없이 빈손 돌아가는 농장주도 적지 않다고 축협 직원들은 귀띔한다.
30여년간 농장을 운영한 시세조정위원 이상진(67)씨는 "오늘부로 스마트폰 경매시스템이 활짝 열렸다"며 "같은 농장주 입장에서 출품된 소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가를 높게 책정해 주지만 유찰되면 나 역시 마음이 아프다"고 귀띔했다.

이날 수소 평균 낙찰가는 332만원이고 최고가는 429만원을 찍었다.

암소는 평균 214만원이고 최고가는 303만원으로 집계됐다.

기준가보다 1만원을 더 써내 겨우 유찰을 피한 한우부터 구매자 간 치열한 가격 경쟁 끝에 110만원을 더 써내 가장 큰 폭으로 낙찰된 한우까지 나와 농장주들을 울고 웃게 했다.

문제는 도축 가격 기준으로 한우 시세는 예전보다 등급에 따라 100만∼300만원, 고급육은 500만원 이상 하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 오히려 사룟값을 비롯한 생산비만 폭등한 현실이 경매를 끝내고 돌아가는 농장주들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