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한 이유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Sadanand Dhume WSJ 칼럼니스트
중국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수백억달러를 썼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중국의 경제 발전이 자연스럽게 소프트파워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그랬듯 말이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제시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2005년에 영국 BBC방송이 22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중국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 비율이 50%로 미국(38%)을 앞질렀다. 그때 나이 교수는 중국이 매력적인 전통문화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문화에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오싱젠, 농구 선수 야오밍, 영화 와호장룡 등을 예로 들었다.

반중 정서 갈수록 커져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의 소프트파워 강화에 집중했는데도, 중국에 대한 세계 여론은 오히려 나빠졌다. 시 주석은 취임 이듬해인 2014년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긍정적인 서사를 제공하며, 중국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24개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분의 2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률은 28%에 그쳤다. 선진국일수록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아르헨티나, 인도, 브라질에서 반중 정서가 강했다.

중국이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면 인기가 없는 건 감수할 만하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고라고 응답한 비율은 9%에 그쳤다. 대학(6%), 엔터테인먼트와 생활 수준(각 3%) 등에서도 저조했다. 기술 분야에서만 19%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한 이유는 거버넌스, 문화 등 바뀌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21세기에는 독재보다 민주주의가 선호된다. 또 중국의 문화는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중 소프트파워 대결 승자는

중국의 정치 체제 특성에 따른 엄격한 통제는 중국 문화의 매력을 반감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조지아주립대의 중국·러시아 소프트파워 전문가인 마리아 레프니코바 교수는 중국 관영 언론이 일대일로 같은 정책과 시 주석의 슬로건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와 관련된 공자학원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여겨진다.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인상적일지 몰라도 중국에는 외국인들도 호응할 수 있는 이념이 없다.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은 적어도 공산주의를 통해 다른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국 우월주의는 외국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중국의 공격적인 영유권 주장은 인도, 일본, 베트남 등의 반발을 샀다. 또 한국, 노르웨이, 호주 등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우방을 얻지 못했다. 중국의 전랑(늑대 전사) 외교관들은 다른 나라의 심기를 거스른다.

단 이런 상황이 무조건 미국에 유리한 건 아니다. 지금은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을지 몰라도 소프트파워 대결에서의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어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China Can’t Seem to Make Friends or Influence People’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