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고교서도 '칼부림'…대낮 교무실서 교사 찔렀다
입력
수정
지면A17
'흉기난동 공포' 전국 확산고교 교사가 학교에서 칼부림을 당하고 서울의 한 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한 남성이 경찰에게 붙잡히는 등 ‘묻지마 칼부림’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14명이 다친 경기 분당 서현역 칼부림 난동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서울·경기·부산 등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이 바깥 활동을 꺼릴 정도로 큰 불안에 휩싸이자 경찰은 ‘실탄사용 허용’ 카드까지 꺼내 들고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대덕 학교서 40대 교사 피습
강남 터미널선 칼 든 남성 체포
곳곳 '흉기테러'에 시민들 패닉
잠실역·강남역·부산 서면역 등
'살인예고' 수십건…장소 안가려
경찰, 특공대 투입 유사시 대응
○잇따른 ‘칼부림 사건’에 시민 불안
4일 대전 대덕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3분께 대덕구의 한 고교에서 40대 교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달아난 20대 남성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2시간17분 후인 낮 12시20분께 현장과 8㎞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 용의자를 검거했다. 용의자인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과거 사제 관계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관계에 대해 확인 중이다. 피해 교사는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대전 사건이 알려진 직후에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 2개를 들고 상가를 돌아다니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전날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 이후 모방범죄가 확산하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총기나 테이저건 등 경찰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범행 제압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한 경찰관에게 면책 규정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며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이날까지 경찰이 파악한 ‘살인예고’ 게시글은 28건이다. 이중 5명이 검거됐다. 전날 밤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 ‘내일 부산 서면역 5시 흉기 들고 간다. 죽이겠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트럭으로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흉기로 찌르면 재밌을 것 같다’ 등의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재 관련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글 게시만으로도 살인 예고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장난이라도 관련된 글을 작성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상 ‘칼부림 예고 목록’까지 작성돼 유포되고 있어 시민들이 언급된 장소로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다. 협박글에 언급된 장소는 서현역, 오리역, 잠실역, 강남역, 한티역, 논현동, 의정부역 등이다. 경찰은 관련 역마다 특공대·기동대 등 인력 수십 명을 배치했다.
○분당 일대 상가들 “무서워 문 닫겠다”
전날 ‘묻지마 흉기사건’이 발생한 분당 지역에는 불안감에 가게 문을 닫는 상가가 속출했다. 오리역 바로 앞에 있는 ‘어라운드 크로스핏’ 헬스장은 회원들이 불안을 호소하자 이번주 긴급 휴관에 들어갔다. 일부 가게는 살인 예고글을 접한 아르바이트생이 갑작스럽게 출근하지 않으면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영업자 전행관 씨(35)는 “주변에서 괜찮냐는 안부 연락이 계속 오고 있어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며 “손님 발길이 끊길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난동을 벌인 최모씨(22)는 사건 전날에도 흉기를 들고 서현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방문 첫날에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며 “내 사생활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2020년에는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았다. 서현역 피해자 14명 중 8명이 중상이며, 이 중 2명은 뇌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모방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선 예고 글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글 게시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범죄가 아니라 일종의 취미생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다”며 “반사회적 글을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엄단해야 관련 사건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