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배상 범위 논란…LH, 경찰에 관련업체 74곳 수사의뢰

LH "부당한 손해 없게끔 배상"
예비 입주자 "배상안 보고 결정"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무더기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 손해배상 계획’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전례가 없는 사태가 벌어진 데다 입주민과 입주 전 계약을 해지하려는 가구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배상 범위와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LH는 배상 논의를 시작하는 동시에 부실설계·시공 관련 업체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4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에서 입주했거나 계약을 진행 중인 가구는 7000여 가구에 달한다. 3600여 가구는 입주를 마쳤고, 3400여 가구는 계약 단계다. 국토부는 입주민에게는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고, 예비 입주자에겐 계약 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정 협의에 따라 입주민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는 방향으로 배상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해지권을 두고선 재당첨 기회 상실과 대출이자 손해 등 부수적 피해까지 배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입주 지연과 하자로 인한 부수적 피해는 기존에도 보상해왔다”며 “입주민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계약 해지권 부여가 이례적인 일이어서 구체적인 배상안 확정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입주민이 서명한 계약서에도 중대한 하자에 따른 계약 해지 문구는 있지만, 배상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특히 임대단지 예비 입주자의 경우 분양과 달리 배액배상(계약금의 두 배) 등 계약 해지에 따른 피해 배상과 관련한 내용이 따로 없다. 입주민 대표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단지도 있어 배상 논의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파주 운정지구 A34블록의 예비 입주자는 “배상안을 보고 입주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LH는 이날 부실시공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15개 단지와 관련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부실시공의 원인을 두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향후 배상 책임 문제를 확정지을 수 있어서다. 수사 대상은 74개 업체 및 관련자다.

LH는 이들 업체가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보강 철근을 누락하고 감리를 소홀히 해 주택법과 건설기술진흥법 등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LH 출신 임직원이 있는 ‘전관 업체’로, 수사 과정에서 전관 특혜 의혹도 같이 다뤄질 전망이다. 이들 업체의 책임이 확인되면 LH는 구상권 청구를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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