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누출 대응 하세월…남해고속도로 사고 수습에 10시간이라니

폭염 속 주민들 외출자제 문자 받고 불안…"10시간은 말도 안 돼"
유해화학물질을 싣고 이동하는 탱크로리 차량 누출 사고 대응이 하세월이다. 사고로 유해화학물질이 재빠르게 퍼지는 반면 당국의 대응은 더뎌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화약이나 염료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며 부식성이 강한 발연황산 등 위험물질이 적재될 경우 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남해고속도로 1지선 함안 방향 마산요금소 인근 약 200m 지점을 달리던 24t 탱크로리 차량에서 발연 황산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발연 황산은 진한 황산에 삼산화황산을 용해시킨 물질이다.

공기와 접촉하면 흰 연기가 나 해당 이름이 붙었다.

황산에 노출되면 눈, 코, 목이나 폐 등의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에 걸릴 수 있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지는 않지만, 피부를 부식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화상 위험도 있다.

이 황산 누출 수습 완료까지는 무려 10시간이 소요됐다.

누출된 황산을 옮기는 작업은 신고 4시간이 지난 뒤에야 진행하는 등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주민 A씨는 "이 더위에 창문 닫고 8시간째 실내에서 대기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인근 지역 주민 B씨는 "황산이면 기도나 폐에 손상을 줄 수 있을 텐데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 있던 또 다른 한 주민은 "매캐한 냄새가 나서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사고 발생 30여분 만에 구암1·2동, 소계동, 팔룡동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고 이후 서상동, 소답동 등 범위를 확대해 전송했다.

인근 주민은 외출을 자제하고 창문을 닫고 대기하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의 불안도 컸다.

경남교육청도 사고 1㎞ 지점 내 학교와 기관 관리자에게 주의 당부 문자를 발송했고, 일부 학교는 학생을 귀가시켰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아무리 그래도 약 10시간 만에 사고 수습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유관기관의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 줬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방 당국과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은 사고가 접근이 힘든 고속도로에서 발생했고, 황산 옮기는 차량 섭외 등의 어려움이 있던 특수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