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최악 위기때 등판한 특급 소방수…'점유율 50%' 최고 신용평가사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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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더글러스 L 피터슨 S&P글로벌 CEO“위기에 강한 소방수 기질을 갖춘 인물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을 되살린다.”
美신용등급 강등 사태 진화한 일등공신
씨티그룹 때부터 위기대응 능력 '탁월'
2013년 S&P글로벌 새 사령탑에 영입
美정부 압박에도 신용등급 그대로 유지
영업이익률 10년새 두 배로 끌어올려
"금융정보와 무관한 사업은 다 팔아라"
기업 분석·평가 집중…해외 M&A 적극
ESG·전기차 등 산업분석 역량도 육성
세계 1위 신용평가사 S&P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더글러스 L 피터슨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그는 2013년 S&P글로벌 CEO로 부임해 올해로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사태를 진화한 것은 물론,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도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S&P글로벌의 사업 다각화 등을 주도하며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일조한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M&A로 극복
S&P글로벌은 20011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큰 위기도 맞았다. 그해 8월 5일 S&P글로벌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신용평가사가 세계 최고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첫 사례라 파장이 컸다. S&P글로벌의 발표가 있은 뒤 첫 거래일인 8일 미국 S&P500지수는 6.66% 급락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법무부가 S&P글로벌을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신용등급을 S&P글로벌이 후하게 평가해 줬다는 의혹이 이유였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문에 미국 정부가 보복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놨다.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P글로벌의 내부자거래 자료 조사에 나섰다. 미국 의회도 S&P글로벌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했다. 결국 2013년 데븐 샤르마 당시 CEO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S&P글로벌은 2013년 은행 씨티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피터슨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신용평가사로서 공정성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다. 정부 눈치를 본 선례를 남겼다가 다른 국가에서도 항의가 빗발칠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했다. S&P글로벌은 2015년 미 법무부와 15억달러 벌금을 내기로 합의하며 문제를 종결했다.
사태가 일단락되기 전부터 피터슨 CEO는 내부 정비에 나섰다. 우선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사업부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2014년 건설업 분석 서비스인 맥그로힐 컨스트럭션과 마케팅 정보회사 JD파워를 연달아 사모펀드(PEF)에 넘겼다. 피터슨 CEO는 “금융 정보와 무관한 사업부를 모두 매각하고 핵심 역량 육성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터슨 CEO는 공격적으로 금융정보 업체를 사들였다. 2015년 SNL파이낸셜을 시작으로 태국 신용평가사 TRIS레이팅스(2016년), 인도 신용평가사 CRISIL을 인수했다. 같은 해 환경 데이터 분석회사인 트루코스트도 사들였다.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분석을 대비한 조치였다. 2020년에는 IHS마킷을 인수하며 전기차 분석 역량도 키웠다.기업 분석·평가에 집중한 덕에 S&P글로벌은 세계 신용평가 시장의 50%(2021년 기준)를 차지했다. 성과도 꾸준히 개선됐다. 2012년 10.2%대에 머물던 순이익률은 지난해 29%까지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도 10년 새 26.29%에서 44%로 높아졌다. 주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608% 올랐다. 같은 기간 S&P글로벌의 대표 지수인 S&P500은 215% 상승했다. 피터슨 CEO는 S&P글로벌의 재기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꼽은 100대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구원투수’
피터슨 CEO는 S&P글로벌 CEO를 맡기 전부터 ‘소방수’로 통했다. 기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능수능란하게 해결사 역할을 해서다. 2004년 씨티그룹의 일본 지사(씨티그룹 재팬)를 이끌 때도 탁월한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 당시 씨티그룹 재팬은 편법으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한 사실이 발각돼 일본 내 4개 지점이 업무정지를 당했다. 피터슨 CEO는 외국인 CEO 중 처음으로 일본 의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이후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에 사과하며 사태를 일단락했다.씨티그룹은 1년간의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도 PB 업무를 재개하지 않았다. 도리어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법인을 대상으로 자산운용 업무를 하던 신탁은행도 폐쇄했다. 대신 2007년 당시 일본 3위 증권사였던 닛코코디얼을 9200억엔에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피터슨 CEO는 PB를 과감하게 포기한 뒤 기업금융(IB) 업무를 키웠다. 은행, 증권, 신용카드 사업 등을 거느린 금융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소비가 둔화한 일본 경제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는 “디플레이션에 지친 일본 국민들은 은행 예금에 돈을 쌓아두고 이를 굴리지 않는다”며 “새로운 먹을거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 재팬은 외국회사 중 처음으로 일본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다.
피터슨 CEO가 고수해 온 경영방침은 두 가지다. 어떤 계획이든 100일 안에 마무리하고, 무슨 의견이든 경청하는 태도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추이를 따라잡기 위해서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여겨서다. 그는 성공하려면 인맥 구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해 왔다. 피터슨 CEO는 “호시절에 좋은 관계를 미리 구축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전화를 받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