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빌딩 부자' 엑셈…"주주들에 선물 주겠다"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IT 통합 성능 관리 강자
엑셈 마곡 신사옥을 가다

조종암 대표 현장 인터뷰
“한국의 데이터독 되겠다
무상증자·배당 등 적극 검토”

본사 가치 장부가 기준 500억
부동산업계선 1200억 평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개인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조종암 엑셈 대표가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대표는 뇌과학 등 책을 즐기는 독서광이다. 윤현주 기자
영업이익률이 3년간 20%를 넘는데, 주가는 내리막길이다.이 종목은 2015년 6월 26일 코스닥에 상장(스팩 합병)한 엑셈. DB(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전 구간 IT 시스템 성능 관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업체다. IT 모니터링 분야에서 22년간 경쟁력을 높여왔고, DBPM(데이터베이스 성능 관리) 분야 국내 1위다. 해외 법인은 3곳(미국·중국·일본)이 있고, 총 29개국 900여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 20곳과 거래하고 있으며 금융권 국내 점유율 1위다. 한국전력·서울시 등 공공부문 200여곳, 삼성전자·현대차 등 330여개 기업도 매출처다. AT&T, 도요타 등 해외 200여개 기업도 주 고객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8로5길 40에 위치한 엑셈 신사옥. 윤현주 기자
엑셈의 핵심 서비스는 IT 시스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 장애 예측, 근본원인을 분석하는 모니터링 SW(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고객사에 제공한다. 각 시스템 성능 향상과 문제 해결을 위한 컨설팅과 기술 지원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시스템 성능 관리를 통해 고객사는 업무가 원활해지고 IT 운영비 절감 효과가 있다.
엑셈 신사옥 1층에 있는 필리노베이터홀에서 직원들이 회의와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신사옥 시장 가치 1200억·현금성 자산 315억…시가총액 맞먹어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4305원. 2월 14일 장중 고점인 6000원 대비 28.25% 하락했다. 지난 11일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5길 40에 위치한 엑셈 신사옥을 찾아갔다. 이 건물은 지난해 12월 20일 준공됐고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로 연면적 1만4916㎡(4500평), 대지면적 2982㎡(900평)이다. 2분기 기준 장부가 가치(토지+건물, 별도 기준)는 500억원이다. 부동산업계는 최대 1200억원 가치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도 315억원 된다. 부동산 자산(시장 평가 기준)과 현금을 합하면 시가총액(1566억원)에 맞먹는 셈이다.
엑셈 5층에서 바라본 '데이터 포레스트'. 4층에 자리잡은 이곳은 제주도 돌과 식물을 그대로 가져왔다. 윤현주 기자
신사옥 7층에 올라가자 조종암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포스코 정보시스템부·한국오라클 DB 기술자문팀을 거쳤고, 2001년 1월부터 엑셈을 이끌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린 싹수가 있는 회사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1990년 말부터 인터넷 시스템, 2015년 이후 클라우드 시스템 등 IT 시스템에 변화가 있었는데 그에 맞춰 제품을 내놨고,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리딩해 왔다”며 “한국 SW 회사 중 유니크한 존재다”고 정의했다. 이어 “돈(자산)과 기술력, 우수 인력 삼박자를 갖췄다”며 “장기적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정재준 엑셈 개발2본부장(이사)이 '데이터 세이커'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조 대표는 “싸이옵스(XAIOps)와 데이터세이커(DataSaker)가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싸이옵스는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서버, 네트워크, 비정형 로그 등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학습을 통하여 운영 중인 시스템의 실시간 부하 특성과 이상 패턴을 탐지하고, 미래 장애 상황을 예측해 IT 운영의 선제적 대응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IT 운영 지능화 솔루션이다. 데이터세이커는 6월 26일 내놓은 서비스로 원격 기술 지원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이다. 정재준 개발2본부장(이사)은 “3개월간 무료 운영해 고객 요구사항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서비스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신규 서비스를 통해 매출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대형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도 집중한다. 이외에도 내년 예산이 집행되는 주요 지자체와 정부 부처의 빅데이터 로드맵 수립 단계부터 적극 협조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엑셈 개발본부 직원들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1주일 평균 거래량 40만주 그쳐…“무상증자·배당 등 적극 검토”

주주들에게 할 말은 없을까. 그는 “사업 모델이 어렵고 B2B 기업이다 보니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1주일간 평균 거래량은 약 40만주에 그친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 땐 하루 20억원을 넘기 힘들다. 이를 지적하자 “실적과 자산 대비 저평가 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와 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엑셈의 총 주식 수는 3638만2273주로 조종암 대표가 지분 35.60%, 자사주 2.20%가 있다. 무상증자를 하게 되면 유통 주식 수가 늘어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또 배당을 진행하면 상장 9년 만에 첫 결산 배당금도 지급하게 된다. 그는 “상장사는 실적으로 보답하는 게 우선이지만 주주친화적인 회사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엑셈 신사옥 3층에 있는 서버실. 윤현주 기자
엑셈의 실적은 우상향이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 324억원, 영업이익 4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액 551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4년 만에 각각 70.06%, 177.78% 고성장했다. 2분기 매출액은 130억원(전년 대비 41% 상승), 영업이익 24억원(130% 증가)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213억원으로 역대 최대이다. IT 시스템 회사는 통상 4분기가 성수기라 하반기 실적은 더 기대된다. 고객사들이 이 기간 예산 집행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엑셈 신사옥 5층엔 책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윤현주 기자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20%(2020년 24.6%, 2021년 26%, 2022년 22.7%)를 넘겼다. 지난해 부채비율도 10%대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다. 조 대표는 “크게 투자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생긴다면 레버리지를 이용하겠지만, 현재 회사 자금은 예금에 많이 넣어둬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엑셈 주가 그래프.
그는 “국내 1위 DBPM 기업으로서, 한국의 데이터독(글로벌 클라우드 모니터링 서비스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SW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가치로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엑셈은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엑셈 직원들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5000원에 먹을 수 있다. 아워홈이 담당한다. 윤현주 기자

마곡 신사옥은 ‘필리노베이터’ 양성소…제철 과일, 직원 무료 제공

마곡 신사옥은 ‘필리노베이터(철학가+혁신가) 양성소’다. 초연결시대에 철학가(Philosopher·필로서퍼)와 혁신가(Innovator·이노베이터)는 지식생산자의 본질인만큼, 건물 4~7층 한가운데를 뻥 뚫어 보이드(void·빈 공간)를 만들었다. 계단이 각 층마다 연결되어 있어 우연이라도 직원들이 만나 의사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다. 8층 식당에선 5000원에 점심을 맛볼 수 있고, 6층 카페에서는 500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바로 옆 냉장고에는 제철 과일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리프레쉬룸에는 침대가 여러 개 있어 잠을 청할 수 있고, 점심 시간에는 다트 게임과 비디오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특히 4층엔 ‘데이터 포레스트’가 있어 제주도에서 가져온 돌들과 식물을 보고 만지며 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 2층엔 헬스클럽이 있고, 트레이너의 무료 PT도 받을 수 있다.
엑셈 신사옥 2층엔 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이 있다. 윤현주 기자
마곡 신사옥은 지난 3일 ‘제41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우수상과 시민공감특별상 2관왕을 했다. 유명 건축가 김찬중 씨와 조종암 대표의 ‘초연결 의지’가 곳곳에 숨쉰다. 안은혜 팀장과 김소정 대리는 “한국오라클 엔지니어 출신인 조 대표가 직원들의 건강을 중시해 업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곡 본사엔 31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경영관리·영업 인력 38명을 제외한 277명이 IT 기술 인력이다.
심정수 엑셈 신기술본부 사원이 복숭아를 꺼내고 있다. 조종암 대표는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 제철 과일을 무료로 주고 있다. 윤현주 기자
한편 자회사 신시웨이(DB 보안업체)는 지난달 13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11월 3일 상장 예정이다. IBKS제17호스팩과 흡수합병한다. 엑셈은 2015년 7월 신시웨이 지분 50.24%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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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