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무력감의 진흙탕에서 '몰입'으로 탈출하라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 대표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8월이 원래 제일 힘들다. 기나긴 장마 끝에는 폭염과 태풍이 기다린다. 여름휴가를 갔다 오면 벌써 올해 3분의 2가 지나가 버린다. 올 한 해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이 나를 조바심 나게 만들고 스스로를 자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다. 자, 그럼 한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몰입’으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필자만의 꼼수들을 나눠보겠다.

몰입을 위한 기초(to-do’s)

1) 메모는 사고의 전초전
컨설팅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배운 것 중 하나가 메모하는 방법이다. 메모 비법이야 너튜브나 녹색창의 전문가들을 참조하시고, 중요한 점은 메모를 꼭 다시 복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필자와 독대 미팅을 하면서 수첩 한 장 없이 말똥말똥 광인의 눈빛을 쏘는 경영진을 만나는데, 십중팔구는 바로 아웃이다. 메모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순간이 덜 중요하거나, 잊어버려도 되거나, 다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진정한 사고는 우연한 상상과 반복되는 복기에서 탄생한다.

2) 시간은 쪼개서 만드는 것부자건 천재건 절세 미녀건 모든 인간에게 하루가 24시간임은 공평하다. 이렇게 유한한 시간을 ‘만들려면’ 더 잘게 잘라 쓰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전두엽을 대신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흔해빠진 일정 앱으로 내 하루를 15분 단위로 쪼개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멍때리는 것, 노는 것까지 계획하는 것이다. 그래서 1주일 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뒤돌아보라. 언제 뭘 하는데 시간이 새는지, 왜 나는 미국 주식 재테크를 할 시간이 없었는지, 왜 나는 팔굽혀펴기 30개, 스쿼트 50개를 할 시간이 없었는지 알게 된다. 그래도 진정 시간이 없었다면 샤워 시간, 양치질 시간, 출근길 지하철역으로 걸어 내려가는 시간, 엘리베이터에 갇혀있는 시간을 활용하라. 참고로 필자의 일본어 기초는 비데가 없던 중학교 시절 화장실에서의 명상 시간 덕분이다.

3) 이룰 수 있는 가장 작은 성공부터 하자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아이스크림 2주 끊기, 바닐라라테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바꾸기, 1주일에 두 번 스트레칭하기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너튜브 속 재테크 천재가 부럽다면 매일 흔한 출근길에 주가지수, 환율, 내가 좋아하는 주식 3개 주가부터 확인해보자. 잔챙이를 잡으면 자신감을 갖고 그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다.

몰입감 없는 무지렁이들의 실망 루틴(don’ts)

1) 빌어먹을 숏폼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라

바로 나한테 하는 이야기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숏폼이 넘치는 지금, 우리는 설탕도 니코틴도 아닌 콘텐츠의 지옥에 살고 있다. 잘게 쪼갠 내 시간을 죽이고, 내 뇌 속 뉴런들이 연결돼 무언가를 창조할 기회를 죽이는 지옥. 만약 이미 이 지옥에 빠져있다면 ‘스크린 오프’ 시간부터 시작하자. 제일 좋은 건 그 장소와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커피 마실 때, 혼자 5분 미만 짬이 날 때, 읽을 이메일을 클리어했을 때만 너튜브하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니면 대충 ‘하루 1시간 이내’로 정해도 좋다.

2)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시작하지 마라한때 호기심 천국 칭찬을 들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문가의 시대다. 잡학다식은 술안주로만 하고, 내 전공은 1년에 한두 개로 집중하자. 숏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비트코인이든 나스닥100이든, 에너지 선물이든 1년에 최대 2~3개 이내로 주제라도 잡아보라.

3)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라

원래 인생은 어려운 거다. 다이어트도, 공부도, 이직도, 너튜브에서 벗어나는 것도 어렵다. 게으른 나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 아무리 느려도 멈추지만 않으면 작년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다.

쉬는 것도 공부다. 잘 쉬고, 내 몸과 뇌와 인간관계에 여유를 주자. 그런 후 무력감에 늘어진 나를 추스르고 작은 몰입을 시도해 보자. 체력은 국력이다.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몰입이 가능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넉 달, 내 모든 걸 쏟아보자. 시원한 겨울이 우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