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기업들 런던서 LNG 수요 확보 전쟁…SK E&S도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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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런던에 LNG 무역 중개소 앞다퉈 설립한국의 SK E&S를 비롯한 아시아의 에너지 기업들이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를 빨아들이기 위해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의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자 이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현지 가격 변동 대응 위한 인력 고용도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국의 SK E&S, 일본의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간사이전력, 중국의 ENN에너지, 해양석유총공사(CNOOC), 페트로차이나, 시노켐 등이 영국 런던에 LNG 무역 중개소를 세우고 있거나 이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일본 최대 도시가스 업체인 도쿄가스는 지난 4월 유럽 현지 시각에 맞춰 LNG 가격 변동에 대응하는 전담팀을 새로 꾸렸다. 또 다른 대형 가스 업체인 오사카가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런던 지사 인력을 2명 늘렸다. 간사이전력은 런던팀을 새로 설립하기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SK그룹의 가스 사업 부문 자회사인 SK E&S는 “지난해 말 개소한 런던 사무소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FT에 밝혔다.
중국의 3대 국영 석유기업 중 하나인 CNOOC은 가스 거래 사업 개발을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했다. 역시 국영 정유사들인 페트로차이나, 시노켐 등도 런던 진출을 위해 ‘헤드 헌팅(스카우트)’에 나섰다. 민간 기업인 ENN에너지도 LNG 사업 강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본국에서보다 유럽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란 계산에서 비롯된 변화다. 정부 차원의 제재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제한된 이후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북서부 유럽의 LNG 가격은 지난해 8월 말 mmbtu(열량 단위)당 78.1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연합(EU) 차원의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유럽 지역의 LNG 수요는 급증했다. 영국 에너지연구소(EI)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의 LNG 수입량은 1300억㎥로 전 세계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보르텍사의 펠릭스 부스 LNG 담당자는 “기업들은 유럽에서 더 큰 마진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강력한 연결고리와 존재감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런던은 1960년대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된 이래 유럽 최대 에너지 무역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는 상징성이 있다. S&P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츠의 알렌 리드 매니징에디터는 “런던은 여전히 주요 상품과 금융이 오가는 중심지”라며 “이곳에는 거래 성사 과정에서 절대 과소평가될 수 없는 네트워킹 기반과 인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