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기업 인터뷰]"나무 심어 발행한 조경수목 토큰증권, 20%대 중반 수익률 가능"

[ST기업 CEO 릴레이 인터뷰]
(3) 조현호 빌리어네어즈 대표
토큰증권(ST) 기업 빌리어네어즈는 '조경 수목' 토큰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나무를 심고 3~4년 동안 키워서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건설업체 등에 판매한 뒤 이 수익금을 토큰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사업모델이다. 조현호 빌리어네어즈 공동대표(사진)는 "이 방법으로 ST 투자자에게 연 환산 20%대 중반의 수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조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이 ST의 수익 구조는 다음과 같다. 먼저 빌리어네어즈가 나무 농장주에게 토지를 임차한다. 빌리어네어즈가 여기에 지름 3㎝짜리 느티나무, 산딸나무, 왕벚나무 묘목을 심은 뒤 이를 토큰증권(ST)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공모)한다. 이 ST 공모 가격에는 묘목 가격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할 수 있을 때까지 키우는 비용, 판매하는데 수반되는 비용, 빌리어네어즈가 취하는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빌리어네어즈는 농장을 필지 단위로 농장주에게 임차한다. 한 필지에는 보통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빌리어네어즈는 투자자들이 '나무 한 그루=ST 한 개'라고 느낄 수 있도록 발행 ST의 수를 조절할 계획이다. 예컨대 나무 2000그루가 심겨 있는 농장을 ST로 유동화할 경우 2000개의 ST를 발행하는 식이다.

이들 나무는 보통 지름이 12㎝가 되면 건설사 등에 판매된다. 이때까지 키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년이다. 나무가 판매되면 빌리어네어즈는 이를 ST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이 과정을 거쳐 투자자가 받는 배당금을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20%대 중반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조경수목은 한 번 심으면 중도에 현금화하기 어렵고, 키우는데 각종 변수도 많기 때문에 농장주가 이를 미리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사업의 핵심"이라며 "나무를 구매하는 측은 건설사뿐만 아니라 정부, 중간상인 등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심고 입목등기를 한 뒤 이를 부동산 신탁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투자 자산을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사업 초기에 유동화가 가능한 나무 농장 면적이 1만~1만4000㏊(여의도 12~17개 정도의 넓이)에 달한다는 게 조 대표 설명이다. 이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가진 주식회사 헤니와 협력 관계를 맺어 빠르게 시장을 확보했다. 조 대표는 "최근 지속해서 나무 농장주를 만나 '위와 같은 조건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빌리어네어즈는 조경수목 ST 사업을 기획하기에 앞서 2020년부터 소셜 투자 플랫폼 '더리치(The Rich)'를 운영했다. 더리치 이용자들은 플랫폼 내 다른 투자 고수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그 포트폴리오를 따라 할 수도 있다.

과거 조 대표는 네이버에서, 이수한 공동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둘은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으로 이직하며 서로 알게 됐고, 3년 전 의기투합해 빌리어네어즈를 창업했다. 더리치 이용자는 최근 50만명을 돌파했다.빌리어네어즈는 김기사랩 등에게 투자받았다. 투자를 유치할 때는 더리치를 운영하던 2021년이고, ST 사업을 기획한 뒤에는 아직 투자받은 적이 없다.

조 대표에게 "빌리어네어즈가 직접 농지를 소유해 묘목을 심을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회사가 직접 농지를 소유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장의 수익 창출에 힘을 쏟기보다는, 더 많은 농지를 임대해 나무 시세, 생산 현황 등에 대한 폭넓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조 대표는 "조경수목 거래 데이터를 조달청에 공급하는 등 관련 인덱스 사업을 할 계획"이라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나무와 연계된 탄소배출권 시장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목 관련 탄소배출권 시장은 나무를 심은 기업에게 그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주고, 이를 팔거나 직접 활용토록 하는 내용이다. 조 대표는 "나무 한 그루가 일생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얼마인지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