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민간아파트, 설계도서 검토 후 현장조사…업계 "LH와 달라"

단지별 점검기관 선정 후 설계도서 검토
전단보강근 필요한 아파트에 대해서만 현장조사
원희룡 "국민이 믿도록 공신력 갖고 빠르게 조사"

건설업계 "민간아파트는 LH형보다 단순…시공 오류 가능성 낮아"
주거동은 벽이 힘을 버텨주기 때문에 더 안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 수서동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토교통부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곳에 대해 이번주 설계도서 검토를 시작으로 전수조사를 개시한다. 업계에선 민간아파트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량판 구조와 달라서 부실이 적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7일 서울 수서동 한국시설안전협회 6층 대회의실에서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를 열고 한국시설안전협회와 국토안전관리원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조사 절차 등을 논의했다.국토부가 단지별로 점검기관을 선정 후 국토안전관리원과 점검기관이 설계도서 검토를 먼저 실시한다. 설계 검토 결과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아파트에 대해서만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다. 현장 점검은 지자체와 점검기관, 국토안전관리원이 함께 실시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공신력 갖고 빠르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부작용과 피해 막는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설계 검토 결과) 전단보강근이 필요 없는 공법이라면 현장조사 자체가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와 건축학계에서는 민간아파트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는 LH의 무량판 구조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부실시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량판 구조는 지붕이면서 바닥이 되는 슬래브와 수직으로 지지하는 기둥만으로 이뤄지는 공법이다.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가 없어 기둥으로 인한 슬래브의 뚫림 현상을 막기 위해 배치하는 전단보강근(철근)을 꼼꼼하게 설계하고 시공해야 한다. 일반적인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주차장의 경우 슬래브의 두께는 일정하기 때문에 시공 현장에서 전단보강근 시공이 필요한 위치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시공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LH형 무량판 구조와 일반 무량판 구조의 차이
이에 비해 LH가 2017년 도입한 'LH형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의 두께가 위치에 따라 변경된다. 기둥이 있는 부분은 더 두껍게, 나머지 부분은 얇게 설계됐기 때문에 더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 콘크리트 엔지니어 출신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 현장의 기능공들이 슬래브가 두꺼운 부분을 보가 받치고 있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복잡한 도면도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하 터파기를 더 얕게하기 때문에 공사비를 줄일 수 있고,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 복잡한 설계와 시공 때문에 검단 등에서 부실공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민간아파트의 주거동은 지하주차장보다 더 안전하다는 게 건축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주거동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는 벽식과 무량판 구조가 혼합된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서 가변형 벽채 등이 설치된 구조가 그 예다. 건축구조 전문가인 김영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주거동은 벽이 슬래브의 기본적인 무게를 지지하고 있어 무량판 구조로 세워진 기둥이 슬래브를 뚫는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량판 구조를 사고 원인이라고 몰아가면서 기피할 것이 아니라 더 꼼꼼하게 설계하고, 정교하게 시공해서 사고를 막고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기열/김소현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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