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액체·기체·플라즈마 이어…'제5원소'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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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시절엔 물(바다)과 불(열), 흙(대지), 공기(바람)로 만물이 이뤄져 있다는 4원소설이 있었다. 연금술도 여기서 파생됐다. 존 돌턴의 원자설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4원소설이 세상을 지배했다. 현대 과학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이론이다. 다만 물질을 네 가지 형태-고체와 액체, 기체, 플라즈마(기체가 초고온으로 가열돼 전자와 양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주의 70~75%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암흑에너지'가 물질의 네 번째 형태로 알려진 플라즈마에 이어 다섯 번째 형태, 이른바 '제5원소'일 가능성이 학계에서 제기됐다.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은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이 이런 주장을 담은 논문을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었다고 7일 밝혔다.
현재 표준 우주모형은 138억년 전 빅뱅(우주대폭발), 빅뱅 이후 가속 팽창을 전제로 한다. 우주 가속팽창이 생기는 원인이 바로 암흑에너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크기와 관계 없이 밀도가 균일하다는 '우주 상수'로서 존재한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라는 것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한다.
우주 물질의 나머지 25%는 차가운 암흑물질(CDM:Cold Dark Matter)로 존재한다. 암흑물질은 빛에 비해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우주의 곡률은 0에 가깝게 평탄한 모양이다. 우주배경복사에 따르면 우주의 온도는 3K(-270도) 정도로 균일하다. 이런 이론들을 전부 통틀어 Λ(람다)CDM 표준 우주모형이라고 한다. Λ가 우주 상수다.세계 각국 연구진은 초신성의 밝기, 바리온음향진동 등을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과 우주공간의 곡률을 측정해 왔다. 상태방정식은 물질이나 에너지의 압력을 밀도로 나눈 값이다.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1이다. ΛCDM 표준 우주모형은 이런 값을 전제로 한다.
바리온음향진동은 빅뱅 직후 엄청나게 뜨거웠던 초기 우주에서 일반 물질과 빛이 플라즈마 형태로 같이 있을 때 생긴 요동의 흔적이다. 이후 우주가 차츰 식어가면서 물질과 빛이 서로 상호작용을 안 하게 되면 요동의 크기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이 요동의 크기를 측정하면 우주의 팽창 역사와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바리온음향진동과 초신성 밝기 등을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해 보니 그 값이 ΛCDM 표준 우주모형의 -1과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우주 팽창 가속도는 표준 우주모형에서 예상되는 정도보다 작고,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0.903으로 나타났다고 했다.연구진은 적색이동(적색편이) 값이 0.8까지 도달하는 거대 은하 탐사인 슬로운 디지털 천구측량(SDSS) 자료를 이용했다. 적색이동은 우주 팽창때문에 우리로부터 계속 멀어지는 천체로부터 나온 빛의 파장이 원래보다 더 길게 우리에게 도착하는(더 붉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적색이동 값이 더 큰 천체일수록 더 오래 전에 있었고 우리로부터 더 멀어져 가고 있는 천체란 뜻이다. SDSS는 2000년에 시작한 분광 탐사 기법으로, 100만개가 넘는 은하와 별의 분광 스펙트럼이 측정됐다.박 교수는 "기존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부터 얻은 초기 우주 팽창 역사와, 이번 연구에서 구한 우주 팽창 역사는 서로 맞지 않는다"며 "기존 ΛCDM 표준 우주모형에서 암흑에너지의 특징을 약간 바꾸는 정도로는 상반된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주가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표준 우주 모형의 이론적 뼈대가 틀렸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현재 표준 우주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하는데, 이 중에선 본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불일치 문제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이 있다"며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드는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현재 우주의 팽창률을 보여주는 허블상수는 두 점이 멀어져가고 있는 속도를 두 점 사이 거리로 나눈 값이다. 최근 초신성 등을 이용해 허블상수를 잰 값과 우주배경복사를 통해 얻은 값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허블상수 불일치 문제라고 한다.
이번 연구엔 고등과학원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동 푸유 중국윈난대 교수,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황호성 서울대 교수, 박현배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스티븐 애플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우주의 70~75%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암흑에너지'가 물질의 네 번째 형태로 알려진 플라즈마에 이어 다섯 번째 형태, 이른바 '제5원소'일 가능성이 학계에서 제기됐다.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은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이 이런 주장을 담은 논문을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었다고 7일 밝혔다.
현재 표준 우주모형은 138억년 전 빅뱅(우주대폭발), 빅뱅 이후 가속 팽창을 전제로 한다. 우주 가속팽창이 생기는 원인이 바로 암흑에너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크기와 관계 없이 밀도가 균일하다는 '우주 상수'로서 존재한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상수라는 것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한다.
우주 물질의 나머지 25%는 차가운 암흑물질(CDM:Cold Dark Matter)로 존재한다. 암흑물질은 빛에 비해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우주의 곡률은 0에 가깝게 평탄한 모양이다. 우주배경복사에 따르면 우주의 온도는 3K(-270도) 정도로 균일하다. 이런 이론들을 전부 통틀어 Λ(람다)CDM 표준 우주모형이라고 한다. Λ가 우주 상수다.세계 각국 연구진은 초신성의 밝기, 바리온음향진동 등을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과 우주공간의 곡률을 측정해 왔다. 상태방정식은 물질이나 에너지의 압력을 밀도로 나눈 값이다.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1이다. ΛCDM 표준 우주모형은 이런 값을 전제로 한다.
바리온음향진동은 빅뱅 직후 엄청나게 뜨거웠던 초기 우주에서 일반 물질과 빛이 플라즈마 형태로 같이 있을 때 생긴 요동의 흔적이다. 이후 우주가 차츰 식어가면서 물질과 빛이 서로 상호작용을 안 하게 되면 요동의 크기가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이 요동의 크기를 측정하면 우주의 팽창 역사와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바리온음향진동과 초신성 밝기 등을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해 보니 그 값이 ΛCDM 표준 우주모형의 -1과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우주 팽창 가속도는 표준 우주모형에서 예상되는 정도보다 작고,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0.903으로 나타났다고 했다.연구진은 적색이동(적색편이) 값이 0.8까지 도달하는 거대 은하 탐사인 슬로운 디지털 천구측량(SDSS) 자료를 이용했다. 적색이동은 우주 팽창때문에 우리로부터 계속 멀어지는 천체로부터 나온 빛의 파장이 원래보다 더 길게 우리에게 도착하는(더 붉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적색이동 값이 더 큰 천체일수록 더 오래 전에 있었고 우리로부터 더 멀어져 가고 있는 천체란 뜻이다. SDSS는 2000년에 시작한 분광 탐사 기법으로, 100만개가 넘는 은하와 별의 분광 스펙트럼이 측정됐다.박 교수는 "기존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부터 얻은 초기 우주 팽창 역사와, 이번 연구에서 구한 우주 팽창 역사는 서로 맞지 않는다"며 "기존 ΛCDM 표준 우주모형에서 암흑에너지의 특징을 약간 바꾸는 정도로는 상반된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주가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표준 우주 모형의 이론적 뼈대가 틀렸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현재 표준 우주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하는데, 이 중에선 본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불일치 문제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이 있다"며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드는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현재 우주의 팽창률을 보여주는 허블상수는 두 점이 멀어져가고 있는 속도를 두 점 사이 거리로 나눈 값이다. 최근 초신성 등을 이용해 허블상수를 잰 값과 우주배경복사를 통해 얻은 값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허블상수 불일치 문제라고 한다.
이번 연구엔 고등과학원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동 푸유 중국윈난대 교수,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황호성 서울대 교수, 박현배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스티븐 애플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