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줄 알았는데 대박"…미국식 '묻지마 투자' 의외의 결말

미국내 개인 창고 사업, 고금리로 기로에 서
WSJ "미국인들의 저장 중독…끝이 없다"
사진=퍼블릭 스토리지 웹사이트 캡처
미국에서 어디서나 쉽게 볼수 있는 개인 창고(셀프 스토리지). 집이나 회사가 좁아 놔둘 수 없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인기가 많다. 미국인 중 10% 이상이 이 스토리지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고금리 영향으로 미국 내 스토리지 시설의 입주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스토리지 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말까지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수요가 폭증했다. WSJ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실이 사무실로 바뀌고 지하실이 체육관으로 변했다"며 "이로인해 밖에 내놔야 하는 물건들은 어딘가에 보관해야 했기에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1990년대 후반부터 작년말까지 스토리지 회사 주가는 부동산 업종의 다른 업체 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빅테크의 주가 상승률을 능가하기도 했다.

WSJ는 "세계 곳곳에 스토리지가 있지만 집에 수용 가능한 물건보다 더 많은 물건을 쌓아 두려는 미국인들의 성향 때문에 미국만큼 스토리지 사업의 임대수익이 잘 나오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스토리지는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잘 나가는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WSJ는 이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고 22년만에 가장 높은 금리로 인해 스토리지 수요의 큰 동력인 주택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 차입비용이 올라가면서 신규 스토리지 사업 건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퍼블릭 스토리지와 엑스트라 스페이스 등 스토리지 회사들의 주가는 최근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WSJ는 그럼에도 스토리지 사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망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카드 데이터 분석업체인 케이방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올 6월 165.5달러를 스토리지 사용료로 썼다. 올 1월보다는 1% 줄었지만 2019년 6월과 비교하면 20% 증가했다.

스토리지 이용자들은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관한 물건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보관비(임차료)로 낸다. 누구의 죽음과 이혼, 재난이 있을 때마다 스토리지 수요는 새롭게 창출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결혼과 출산 이직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WSJ는 "이용자가 처음 사용할 때 내는 돈은 중요하지 않으며 이용 기간 동안 이용료가 꾸준히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조셉 러셀 주니어 퍼블릭스토리지 최고경영자(CEO)는 "통계적으로 1년 간 스토리지를 이용하는 고객은 결국 5년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WSJ는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빌리어네어'들은 미국인들의 '스토리지 중독'에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며 "미국에서 스토리지 사업의 수익성이 높은 것은 단기간 내 임차료를 올릴 수 있는 점과 인간의 이런 본성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