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 가지 사고로 발생한 여러 장해…공제금 각각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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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불분명하다면 고객에 유리하게"신체 한 곳을 다쳐 복수의 장해가 발생했다면 공제금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해의 평가 기준에 대한 공제계약 약관의 의미가 불분명할 경우 고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이 공제금 지급범위를 산정한 것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A씨는 2006년 10월 자신의 배우자인 B씨를 피공제자로 하는 상해공제계약을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맺었다. 이후 B씨는 2017년 2월 충남 당진의 한 노상에서 화물차량 짐칸에 올라 화물 적재 작업을 하던 중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B씨는 여러 번을 수술을 받았지만 인지기능 저하와 실어증을 영구 후유장애로 가지게 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B씨의 장애가 약관상 4급 장해(중추신경계 또는 정신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 평생 일상생활 기본 동작에 제한을 받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에게 재해장해공제금 35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공제계약의 장해등급 분류표 제1급 제2호와 제2급 제1호에 해당하는 장해를 입었고 이는 별개의 장해"라며 "각각에 해당하는 생활연금과 치료연금을 합해 총 4억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장해 상태가 신체 동일 부위에 발생한 경우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공제금만 지급한다'는 약관 규정을 근거로 "B씨가 장해별로 공제금을 청구한 것은 중복 청구"라고 맞섰다.
1심은 "B씨가 공제계약 장해등급 분류표상 1급, 2급에 해당하는 장해를 입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미지급한 공제금과 생활연금, 치료연급 및 지연손해금 등 총 4억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B씨의 장해는 둘 다 중추신경계의 손상이 원인으로 '신체의 동일 부위에 발생'한 장애이므로 최상인 등급인 제1급 2호에 해당하는 공제금만 지급받을 수 있다"고 보고 2억4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대법원은 원심이 공제 범위를 잘못 산정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제계약 약관이 정하는 ‘장해 상태가 신체의 동일 부위에 발생한 경우’란 문언 그대로 동일한 신체 부위에 발생해 존재하는 장해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원칙에 부합하고, 신체의 동일 부위에서 비롯했다는 이유로 둘 이상의 다른 신체 부위에 발생한 장해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결국 신체의 동일 부위에 관한 이 사건 공제계약 약관의 의미가 명백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약관의 해석에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