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빈곤 피해 이웃국 넘어간 아이티 13명, 차 사고로 사망

신생아 등 미성년자 2명 포함…본국서는 '치안 회복 요구' 수천명 시위
극심한 치안 불안과 빈곤에 시달리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주민 10여명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 이웃 나라로 불법 이주했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7일(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일간지 디아리오리브레와 리스틴디아리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도미니카공화국 북서쪽 발베르데주 에스페란사에 있는 페뉴엘라 지역에서 10여명이 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도로 인근 수로에 빠졌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중 신생아를 포함해 미성년자도 2명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아이티 출신으로, 대부분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디아리오리브레는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불법 이주해 한밤중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보고, 차량 소유주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빈국 아이티는 지난 수년간 갱단 간 분쟁에 따른 폭력 사태와 끝 모를 경제 위기로 큰 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케냐가 자국 경찰관을 포함해 다국적 경찰력을 이끌겠다는 뜻을 표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투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해 중남미로 이주하려는 아이티 주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히스파니올라섬을 공유하는 이웃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서류 미비로 추방된 아이티 국적자가 17만명 정도라고 전했다.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예 양국 사이 약 392㎞의 국경 지대 곳곳에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일부 완성된 장벽의 최대 높이는 3.9m 정도로, 주변에는 동작 감지 센서와 카메라 등도 장착했다.

한편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수천명이 얼굴을 가린 채 거리 행진을 하며 살인·강간·약탈을 일삼는 폭력조직 소탕과 안전한 일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연합뉴스